저성장과 인구 감소에 부닥친 부산 경제가 고령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19일 발표한 ‘부산지역 고령인력 운영 실태 조사’ 결과는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60세 이상 고령자를 고용하고 있는 지역 152개사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고령자 재고용에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고질적인 현장 인력 부족을 해소하는 동시에 숙련된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24.3%는 전체 직원의 10% 이상을 60세 이상 고령자로 고용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재고용 형태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퇴직한 직원을 다시 고용하는 경우가 75.0%에 달하며 재고용과 재취업을 병행하는 경우까지 합하면 96.7%에 이른다. 이는 기업들이 기존 직원의 숙련된 기술과 경험을 높이 평가하고 새로운 인력을 교육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용 만족도는 10점 만점 기준 9.02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노동 생산성, 변화 적응력, 건강·체력 등 고령자에 대한 일반적인 우려와는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직종별 노동 생산성의 경우 전문기술직 및 관련 관리직이 56.6%로 가장 높았고 일반 사무직(51.5%), 연구직(45.0%), 생산직·현장노무직(37.1%), 서비스영업·판매직(31.8%) 순이었다.
고령 인력 활용에 따른 어려움도 존재했다. 응답 기업의 78.3%는 ‘애로 사항이 없다’고 답했으나 나머지 기업들은 ‘안전 관리 부담’(48.5%)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고령자 고용에 대한 안전사고 발생 우려와 처벌 부담이 커진 탓이다. 고령 근로자의 경우 신체 능력 저하로 인해 사고 발생 위험이 높고 이는 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고령 인력 운용을 위해 근무 환경 개선, 임금 체계 개편 등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보다는, 업무에 필요한 교육 위주로 대응했다. 고령 인력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필요 지원책으로는 고용 지원금 확대, 근로 인센티브 등 퇴직 전 임금 수준을 보전할 수 있는 현금성 지원을 선호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업들은 고령 근로자들의 숙련된 기술과 경험을 적극 활용하고 정부는 안전 관리 강화와 함께 고령자 고용을 장려하는 정책 지원을 통해 ‘고령자 친화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상공회의소 조사연구팀 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산업 현장에서 고령 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기업마다 고용 사정이 다른 만큼, 자율적으로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재고용 제도의 확산을 위해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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