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정몽규 HDC 그룹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한 뒤 HDC 현대산업개발 임원을 대한축구협회에 불법 파견했다고 보고 이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문체부는 19일 2024년 말 HDC 현대산업개발 상무보 A씨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여러 건의 위법 사항을 확인한 뒤 이와 관련해 수사 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문체부에 따르면 A씨는 ‘행정지원팀장’이라는 보직을 맡아 11년간 축구협회에 파견돼 근무했다. 파견 근무의 최장 기간은 2년이다.
또한 문체부는 10억 원에 이르는 수임료를 받은 점도 인사 규정상 근거가 없다고 봤다.
이 같은 내용은 이미 국회에서부터 지적된 사항이다. 2024년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현진 국민의힘은 "A씨가 HDC 현대산업개발로부터 매달 월급을 수령하고 동시에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업무 추진비와 자문료, 교통비, 통신비 등 각종 부대 비용을 받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A씨는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 진행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센터 계획 설계를 맡은 네덜란드 건축회사 유엔스튜디오와 협회가 주고받은 메일 중 상당수가 HDC 현대산업개발에 공유됐는데 이 과정에서 A씨가 원활한 업무 관리를 이유로 HDC 현대산업개발에 도움을 요청하고 HDC 현대산업개발 직원이 별도 계약 없이 함께 업무를 진행하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A씨는 문체부의 감사 직전인 지난해 11월 협회에서 퇴직해 별도의 징계를 내릴 수 없었다. 이에 문체부는 지난 2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지난해 9월 국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배 의원의 관련 질의에 "현대산업개발이 대한축구협회와 관련해 도와준 건 있어도, 이득을 본 건 절대로 없다"며 "우리(HDC 현대산업개발)가 전문 지식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대한축구협회를) 도와주라고 얘기했다"고 답했다.
당시 배 의원은 이와 같은 정 회장의 답변에 "(HDC 현대산업개발이) 이익을 취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체육계 공조직이 HDC 현대산업개발이라는 특정 대기업에 의해 실무와 그 내부 모든 정보가 관여되는 것이 문제"라고 재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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