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전체 면적의 30%에 육박하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의 모든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그만큼 집값 상승 열기가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를 추가로 지정한다.
19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르면 이달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기존 52.79㎢에서 163.96㎢로 3배 확대된다. 이는 서울시 전체 면적(605.24㎢)의 약 27%에 달하는 규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구 단위로 한꺼번에 지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치로 ‘래미안 원베일리’ 등 서초구 반포동과 용산구 한남동 일대 아파트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게 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2년간 실거주 목적 매매만 허용돼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가 원천 금지된다. 토지 거래 허가 없이 계약을 체결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토지 가격 30%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한 것은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의 수요가 집값을 자극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강남 3구의 갭투자 비율은 올해 1월 35.2%에 불과했으나 2월 들어서는 43.6%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주택 매수자 중 외지인 비중도 55.3%에서 62.4%로 뛰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비강남권에서 강남권으로 넘어오는 속도가 빠르게 늘었고 갭투자도 많았다”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만 오르면 자산 왜곡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서 인기 지역만 오르는 현상은 절대 놔둘 수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6개월간 추이를 지켜본 뒤 마포·성동구 등 다른 지역에서 풍선 효과가 발생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추가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만약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에도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을 검토한다. 정부가 규제지역 추가 지정 카드를 꺼낸 것은 2023년 1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당시 정부는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수도권과 지방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에서 대거 해제한 바 있다. 규제지역으로 묶이면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세금 부담이 커진다. 무주택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70%에서 50%로, 유주택자는 60%에서 30%로 낮아진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세·취득세가 중과되고, 양도세 비과세 요건도 기존 ‘보유 2년’에서 ‘보유 2년+거주 2년’으로 강화된다. 이밖에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을 매입하려면 자금 조달 계획서뿐 아니라 증빙 자료도 의무로 제출해야 한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상승 폭이 확대되다가 올해 2월 말부터 상승세가 대부분 자치구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0일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 대비 상승한 곳은 총 23곳으로 한 달 전(11곳)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서울 주간 매매 거래량이 1000건에서 2000건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지난해에는 13주가 소요됐지만 최근에는 4주 만에 도달했다.
다만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내년 5월까지 유예 중인 만큼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최근 집값 상승은 다주택자가 아닌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 갈아타기 수요자가 견인하고 있어 매수 심리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오히려 해당 지역에 대한 집값 상승의 시그널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결국 금리 인하 기대감과 공급 부족 우려에 내 집 마련을 서두르던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합동점검반을 가동해 집값 담합 등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서울 주요 지역 내 주택 구입 시 자금 조달 계획서 제출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수시로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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