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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비주얼 압도적…'피부색' 잊게 하는 판타지 동화

[리뷰-영화 '백설공주']

리더로 성장하는 주체적 공주 그려

희망 메시지·음악·연기력도 탁월

뮤지컬 영화 '백설공주'의 스틸컷.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코리아




디즈니는 올해 주요 작품인 ‘백설공주’의 인터뷰와 레드카펫 행사 등을 최소화했다. 백설공주 역에 라틴계 여배우 레이첼 지글러를 캐스팅하면서 ‘백설공주’의 골수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기 시작했고 “이 역할을 위해 피부를 표백하지 않겠다”는 지글러의 발언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결국 디즈니는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런데 시사회를 본 해외 언론들이 잇단 호평을 내놓으면서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높아졌다. 18일 국내 언론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백설공주’는 눈처럼 희지 않은 피부를 가진 백설공주라는 것 외에는 메시지·음악·비주얼·연기력 등에서 흠잡을 게 없는 디즈니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 작품이었다. 2025년 시대 정신이 요구하는 메시지, 뮤지컬 영화로서의 미덕, 판타지 동화에서 빠져 나온 듯한 일곱 난쟁이를 비롯해 숲 속의 동물 등이 조화를 이뤄 밝고 희망 찬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낸다. 특히 이타심,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상, 공동체 의식, 리더로서의 자질 등 우리 시대가 원하는 서사를 권선징악의 스토리로 풀어낸 마크 웹 감독의 연출력은 탁월했다. 무엇보다 논란이 됐던 백설공주의 피부 색이 몰입을 방해하지 않고, 디즈니가 가장 잘 하는 따뜻하고 환상적인 동화를 구현한 비주얼이 처음부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뮤지컬 영화 '백설공주'의 스틸컷.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코리아




이번 ‘백설공주’는 원작을 따랐던 기존의 작품과 다르게 전개된다.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뜬 뒤 아버지가 새 왕비와 결혼하면서 겪는 고난 등은 비슷하다. 그러나 왕비가 왕의 자리에 올라 백성들을 착취하는 폭군이 된다. 폭군 여왕은 자신보다 아름다운 백설공주를 처단할 것을 지시하지만 백설공주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이후 백설공주는 난쟁이들과 연대하고 자신의 왕국의 백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헤아리며 리더로 성장하는 모습이 밝고 유쾌하게 그려진다. 논란을 뚫고 나온 ‘백설공주’는 이처럼 디즈니 역사상 가장 독보적인 공주이자 리더로 탄생했다.

뮤지컬 영화 '백설공주'의 스틸컷.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코리아


‘백설공주’ 논란은 원작에 대한 재해석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서 비롯됐으며 특히 피부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달라진 피부색과 공주가 왕이 되는 설정 등이 어디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는 현재의 화두이다. 디즈니가 ‘인어공주’에 이어 ‘백설공주’까지 유색인종 배우를 캐스팅한 점을 두고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를 지나치게 의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지만 화두를 던지는 것도 예술과 문화의 역할이다. 디즈니가 던진 화두에 한국 관객들은 어떻게 응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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