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찾아오면 따뜻한 날씨와 함께 야외활동이 늘어난다. 미세먼지와 황사, 꽃가루는 불청객이다. 특히 호흡기 건강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이나 만성 호흡기 질환을 방치하면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심각한 호흡기 질환으로 악화될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봄철 초미세먼지는 폐포 깊숙이 침투해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 피부 트러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심뇌혈관 질환이나 호흡기·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미세먼지로 인해 기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꽃가루도 봄철 호흡기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다. 3~5월에는 공기 중 꽃가루 농도가 가장 높아지며, 이로 인해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재채기, 코막힘, 눈 가려움, 목 따가움 등이 있다. 단순한 계절성 질환으로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만성 부비동염·삼출성 중이염·수면무호흡증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관리가 필수적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우리나라 인구의 약 15~20%가 앓고 있는 ‘국민 질병’이다. 질병관리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알레르기 비염 진단율은 2014년 14.8%에서 2023년 21.3%로 6.5%포인트 증가했다. 알레르기 비염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12주 내에 호전되는 반면 알레르기 비염은 특정 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으로 인해 몇 달에서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부비동염, 삼출성 중이염, 수면무호흡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어린 환자의 경우 구강으로 호흡하는 습관 때문에 얼굴 변형이나 치아 부정교합 등이 유발될 가능성도 있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는 회피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으로 나뉜다. 회피요법은 알레르기 원인 물질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꽃가루 농도가 높은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 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다. 약물요법으로는 항히스타민제나 비강 내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등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이 있다. 면역요법은 원인 물질에 대한 면역 반응을 점진적으로 조절해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는 방법으로, 3~5년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신재민 고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봄철에는 꽃가루와 미세먼지로 증상이 심화할 수 있으므로 조기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멸균된 생리식염수나 끓여 식힌 물에 소금을 녹인 식염수를 이용해 매일 코 세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봄철에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는 폐 깊숙이 침투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폐 속 공기주머니까지 도달한 미세먼지는 기관지와 폐에 만성적인 염증을 유발해 폐 조직을 점진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만성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할 경우 폐 기능이 저하돼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의 만성폐쇄성폐질환 유병률은 10.8%로 보고됐다.
COPD 치료는 환자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기관지 확장제와 호흡 재활치료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관지 확장제는 기도를 넓혀 호흡을 보다 원활하게 만들고 증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호흡 재활치료는 폐 기능을 강화하고 일상생활에서의 호흡 곤란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치료법은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보근 강북삼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기관지 질환이기 때문에 미세먼지나 황사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공기 질이 나쁜 날에는 야외 활동을 줄이고, 특히 유산소 운동은 깊은 호흡을 유발해 더 많은 미세먼지를 흡입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가피하게 외출해야 할 경우 KF94 이상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봄철 호흡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실내 공기 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하고, 공기청정기를 활용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외출 후에는 세안과 코 세척을 통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면역력을 높이는 운동 습관이 중요한데, 유산소와 호흡기 운동은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알레르기 반응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생강, 강황, 올리브유, 견과류 등 항염과 항산화 작용을 하는 음식을 섭취해 증상을 완화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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