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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선관위, 조직문화부터 바꿔라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세환 전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이른바 ‘소쿠리 투표’로 사퇴한 것이 3년 전이다. 선관위 자녀 특혜 채용 문제가 불거진 지도 꽤 됐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계속 동네북 신세다. 지난 달 27일 헌법재판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정한 이후 선관위의 주장에 힘이 실리기는커녕 같은 날 공개된 감사원의 직무감사 결과로 오히려 선관위 채용 비리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더 커졌다.

이번에 국민들이 체감할 만큼 특단의 개혁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실체가 없는 부정선거론까지 커져 선관위는 간판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선관위는 2022년 대선 직후 선거관리혁신위원회 결과 보고서를 통해 소쿠리 투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제시했다. 2023년 특혜 채용 문제가 터진 뒤 지난해부터는 자체 감사위원회를 도입해 개방형 감사관제(1급)와 인사·보안감사를 담당하는 감사2과를 신설했다. 이번 헌재 결정이 나온 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사과문에서 “인사 규정 정비와 감사기구 독립성 강화 등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외부 통제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다짐했다.

선관위는 하루빨리 법적으로 가장 강력한 외부 통제 방안부터 적극적으로 찾아 제도화해야 한다. 국회에서 더 강력한 통제수단을 통과시키기 전에 그에 버금가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선관위의 가장 큰 문제는 조직문화다. 감사원 직무감사에서 발표된 채용 비리가 878건이다. 인사조치의 대상에는 전 사무총장 등 고위 간부를 포함해 32명에 이른다. 평생 자기를 먹여 살려준 조직이 욕먹는 중인데 이런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가 선관위 동료나 국민에게 사과했다거나 책임을 졌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데 선관위가 부모 찬스의 세습직장이 됐다는 오명을 씌워 놓고서 뒤에 숨어 있는 것이다.



나 몰라라 하는 사람은 일벌백계해야 한다. 김 전 사무총장은 전화로 아들 면접위원도 일일이 골라주고 아들을 좋은 자리도 옮겨주며 관사라고 오피스텔 월세까지 선관위에게 떠넘겼다. 퇴직하면서 선관위 노트북도 들고 나가고 세컨드 휴대폰도 20개월 더 쓴 사람이다. 선관위를 구멍가게로 아는 모양이다.

계엄군도 상관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했는데 선관위 문화는 그게 아니었다. 국민의 신뢰를 되돌리려면 싹 다 구상권을 청구하고 엄벌을 내려야 한다. 또 부모 찬스를 쓴 직원은 왜 아직도 조직에 남아 분위기를 흐리나. 설마 임용취소까지 가겠느냐는 심보인가. 사과문에는 이달 5일에나 특혜 채용과 관련된 직원에 대해 징계 요구를 했다고 나온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2022년 혁신위 보고서는 선거 때마다 휴직하는 선관위 직원이 유독 증가해 비리의 온상인 경력채용을 활용했다고 진단했다. 당해에 204명이 휴직했는데 올해 휴직자가 벌써 133명에 이른다. 이런 문화라면 노 위원장의 사과문도 시간이 지나면 휴지 조각이 될까 걱정이다. 세계적인 선거관리 능력을 보여 온 선관위가 기본부터 충실한 조직문화부터 자체적으로 정착시키지 못한다면 앞으로 근거도 없는 부정선거 의혹을 영영 떨쳐내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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