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000100)의 3세대 폐암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존슨앤드존슨(J&J)의 이중항암항체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의 병용으로 경쟁약물대비 1년 이상의 생존율 개선을 입증하며 표준치료제 가능성을 확인했다. 선행치료 경험이 없는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의 전체생존기간(OS)을 4년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국산 항암제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유럽폐암학회(ELCC)는 20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EGFR 돌연변이를 지닌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요법으로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를 병용요법과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단독요법을 비교한 MARIPOSA 글로벌 임상 3상의 논문 초록을 발표했다.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본 행사에 앞서 임상 데이터의 일부 지표를 선공개한 것이다.
초록에 따르면 평균 37.8개월(중앙값)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 투여군(429명)은 타그리소 단독 투여군(429명) 대비 사망 위험을 25% 낮추며 유의미한 생존 연장 효과를 나타냈다(95% CI, 0.61-0.92; P < 0.005). 이번 초록에선 핵심 지표인 OS값은 공개되지 않았다. 연구 프로토콜에서 정한 OS 최종 분석 시점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치료를 시작하고 사망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의미하는 OS는 항암 신약의 효과를 나타내는 가장 핵심적인 지표로 통한다. 연구팀은 두 그룹 모두에서 390건의 사망이 발생했을 때 OS 최종 분석 시점을 시행하기로 했었다. 3년 넘게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아직 39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여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연구팀은 두 그룹의 OS 지수 분포를 가정할 때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OS 중간값이 타그리소 대비 최소 12개월 연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J&J이 "렉라자 병용요법이 현재 표준 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비교해 생존기간을 1년 이상 개선했다"고 밝힌 것과 일치한다. 렉라자가 동일한 3세대 폐암치료제인 타그리소는 FLAURA 임상 3상에서 38.6개월(중앙값)의 OS을 보고한 바 있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1차요법으로 투여하면 최소 4년이 넘는 생존 연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록에 따르면 36개월 시점에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군의 60%가 생존해 타그리소 투여군의 51%보다 높은 생존 비율을 나타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ELCC 대회 첫날인 26일 제임스 양 대만 국립암센터 교수가 발표한다.
이번 임상 데이터는 렉라자 병용요법이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의 1차 표준 치료제로 등재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되며 투자업계와 제약바이오업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현재 타그리소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 ‘선호(Preferred)’ 요법으로 등재된 반면 렉라자 병용요법은 ‘권고(Recommended)’ 단계에 머물러 있다. 렉라자 병용요법이 타그리소의 OS값과 1년 이상의 차이를 벌리며 표준 치료제로 등재되면 시장 가치가 그만큼 높아진다. 렉라자 해외 매출의 10% 이상을 로열티로 받는 유한양행 입장에서는 기술료 수익이 급증하면서 큰 폭의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J&J이 렉라자의 병용 약물인 리브레반트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 중이라는 점에서 더욱 시너지가 클 것이란 분석이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MARIPOSA의 OS 데이터 기반으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가 표준치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생존율 개선, 부작용 감소, 환자 편의성 등이 기대되는 아미반타맙(리브리반트) SC제형 허가로 시장 침투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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