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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기 60%가 지하에…불덩이에 무방비

소비자원 "화재 취약 경우 상당수"

피난계단 타고 연기·열 확산 가능성

고전압 시설 인근에 설치된 경우도

서울 왕십리광장에서 성동소방서 대원들이 아파트 주차장 전기차 화재 발생 상황을 가정해 훈련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공영주차장 내 전기차 전용 구역이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20일 실내 공영주차장 30개소를 조사한 결과 19개소(63.3%)는 지하층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있었다. 이 가운데 6개소는 지하 3층 이하에 설치돼 화재 발생 시 진압에 어려움이 따를 우려가 있었다. 한국화재보험협회 안전기준은 전기차 충전설비를 되도록 지상에 설치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도 지하 2층 이상에 두도록 권고한다.

30개소 가운데 10곳은 충전설비가 직통(피난)계단 주변에 설치돼 화재에 특히 취약했다. 인근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와 열이 직통계단으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구조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안전 가이드는 직통계단과 멀리 떨어진 곳에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을 두도록 한다.



전기차 전용 주차면 간 짧은 이격거리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공용주차장 30곳에 있는 전기차 전용 주차면 835개 중 오른쪽과 왼쪽 모두에 이격거리를 두거나 별도 공간으로 분리한 경우는 48개(5.7%)에 불과했다. 전기차에 불이 나면 ‘제트 화염’이 삽시간에 번져붙을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제트 화염은 연료가 고압에서 연소하면서 형성되는 길고 강력한 불이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는 전기차 주차면 사이에 최소 90∼120㎝의 여유 공간을 두도록 한다.

조사 대상 주차장 중 2개소는 고전압 시설 등 위험지역 인근에 전기차 전용 구역이 설치돼 대형 사고 우려마저 있었다. 여기에 유사시 초동 대응에 필요한 질식 소화포를 비치한 곳은 절반에 불과했다.

소비자원은 문제점이 드러난 주차장 관리 주체에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안전 관리 강화를 권고했다. 관계부처에는 전기차 화재 특성을 고려한 전용 주차구역의 안전 기준을 마련할 것을 건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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