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오만을 상대로 승리에 실패하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의 9부 능선 넘기를 다음으로 미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7차전에서 오만과 1대1로 비겼다. 한국은 FIFA 랭킹 23위, 오만은 80위다. 랭킹 차이는 크지만 2003년 아시안컵 예선에서 한국에 1대3 패배를 안겨 ‘오만 쇼크’를 남긴 팀이다. 당시의 오만 쇼크까지는 아니지만 한국은 또다시 오만 악몽에 시달렸다.
올해 첫 A매치를 승리로 장식하지 못한 한국은 25일 요르단(64위)과 8차전을 치른다. 3차 예선에서 3개 조 1·2위 6개 팀은 본선에 직행한다. 한국은 B조에서 7차전까지 무패(4승 3무·승점 15) 행진은 이어가며 선두는 지켰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른 한국은 북중미 대회 본선에도 진출하면 연속 월드컵 본선 기록을 11회로 연장한다. 처음으로 출전했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포함하면 12번째 진출이다.
이날 홍 감독은 주민규(대전하나시티즌)를 중앙 공격수로 놓고 ‘믿음의 듀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황희찬(울버햄프턴)을 양쪽 측면에 배치해 오만의 수비 공략에 나섰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공격진을 향한 공 배급은 이재성(마인츠)에게 맡겼고 백승호(버밍엄)와 박용우(알아인)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포백을 보호했다. 포백 수비 라인은 왼쪽부터 이태석(포항스틸러스), 권경원(코르파칸), 조유민(샤르자), 설영우(즈베즈다)가 맡았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울산HD)가 꼈다.
전반 중반까지 한국은 오만의 두꺼운 수비벽에 막혀 이렇다 할 공격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전반 14분 황희찬이 페널티 박스 중앙 지역을 돌파해 만든 슈팅이 있었지만 아쉬운 패스 미스와 오만 수비진의 육탄 방어에 답답해 하는 장면이 많았다.
하지만 대표팀에는 그동안 각종 국제 대회를 치르며 항상 중요한 상황에 결과를 만들어냈던 황희찬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있었다. 전반 38분 부상을 입은 백승호 대신 그라운드를 밟은 이강인은 3분 후 상대 페널티 박스 왼쪽으로 침투하던 황희찬을 보고 침투 패스를 찔러 넣었다. 패스를 받은 황희찬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갈라 선제골을 터뜨렸다.
황희찬의 A매치 16호 골이었다. 지난달 9일 블랙번(2부)과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2강전에서 당한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장기간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던 황희찬은 이 골로 그동안의 아쉬움을 한 번에 날려버렸다. 이강인도 소속팀 내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었다. 이적설이 나도는 동병상련의 ‘이·황 듀오’는 귀중한 골을 합작한 뒤 함께 활짝 웃었다.
한국은 황희찬의 골로 한 골 차 리드를 안은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주민규를 빼고 오세훈(마치다 젤비아)을 투입한 한국은 여러 차례 골 찬스를 만들어내며 오만을 압박했다. 그러나 역습에 당했다. 후반 35분 알리 알 부사이디가 오른쪽 페널티 박스 밖에서 왼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뜨린 것. 결과적으로 부상 탓에 합류하지 못한 ‘철기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공백이 컸다.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에 재개된 월드컵 예선 첫 경기에서 승점 1을 챙기는 데 그친 한국은 닷새 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요르단을 만난다. 지난해 10월 요르단 암만에서 치른 원정에서는 한국이 이재성과 오현규(헹크)의 연속골에 힘입어 2대0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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