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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계 전설 이병헌 '신의 한수'…유아인 부각 안돼

[리뷰 : 영화 '승부']

세계최고 국수, 제자와 대결 그려

이병헌 존재감 가득…삶 지침서 돼

영화 '승부'의 스틸컷. 사진 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승부’는 마약을 상습 투약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유아인이 출연했다는 사실이 더 부각된 영화다. 우여곡절 끝에 26일 개봉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유아인에 쏠려 있다.

19일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된 ‘승부’는 이병헌이 ‘원톱’ 주인공이라고 느껴질 만큼 그의 존재감으로 가득 채워져 유아인 논란에 눈을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세계 최고 국수가 스무 살 어린 제자에게 완패해 추락하고 다시 레전드가 되는 이병헌이 연기한 조훈현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하고 공감하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약자인 제자보다는 추락한 스승을 응원하게 만든다.

영화는 세계 최고 국수 조훈현과 그의 제자이자 신동인 이창호(유아인 분)의 대결을 그렸다. 10년은 자신을 이기지 못한다고 자신했던 그때 조훈현은 이창호에게 참패하고 추락한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가르쳤던 그이지만 제자에게 패한 속은 쓰리고 또 쓰리다.



영화 '승부'의 스틸컷. 사진 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승부'의 스틸컷. 사진 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속 바둑이라는 전쟁터에서 패장이 된 조훈현의 모습은 매일 직장이라는 전쟁터에 나가는 우리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바둑과 승부에 관한 작품이 아닌 ‘K직장인’과 나만의 인생을 사는 방법을 찾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가 된다. 어쩌면 이창호는 조훈현을 이길 수밖에 없었다. 조훈현의 수는 너무 많이 드러났다. 반면 이창호는 전략이 노출되지 않은 신인이다. 백전노장은 이런 신인에게 약할 때가 있다는 게 승부의 진리다. 최고의 자리가 영원할 수 없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 진리를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세상의 인심은 우리에게 쓰디쓴 인생을 삼키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추락했다가 기사회생한 조훈현은 잔잔한 미소를 띄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기고 다닐 때는 미워하더니, 지고 다니니까 인기상을 주네요.”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는 이 대사는 “나만의 바둑을 둔다”는 대사 만큼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승부 앞에 선 스승과 제자의 심리에 초점을 맞춰 인생을 관조하게 하는 힘이 돋보인다. 결국 승부는 나와의 싸움이라는 것, 나만의 인생, 나만의 방식을 견고하게 만들어 놨을 때 조훈현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영화는 우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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