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혁을 끝낸 여야는 이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상속세법 개정을 놓고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국내외 주요 경제 연구기관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어 경기 부양의 마중물 역할을 할 추경 편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가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공감대를 이루며 속도가 붙는 듯했던 상속세 개편도 정치권의 의지만 있다면 성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정부에 이달 중으로 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의 연금 개혁 합의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여기서 끝이 아니고 추경을 반드시 해내야 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국회는 국민의 삶의 문제를 제일 앞에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금 개혁 다음의 최우선 과제로 추경을 택한 셈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영세 소상공인 등 취약 계층 지원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을 위한 14조 원 상당의 ‘핀셋’ 추경을, 더불어민주당은 소비 진작 및 지역 경기 활성화에 방점을 둔 35조 원 규모의 추경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관건은 ‘현금성 지원’의 대상과 규모를 놓고 여야가 얼마나 의견 접근을 이룰지 여부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이재명표 정책’인 지역화폐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국민의힘은 선심성 정책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정략적 판단에 나설 수 있다. 선거와 맞물릴수록 당정 협의의 주도권 또한 여당에 기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가 추경을 하겠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주도권을 쥐고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박정 민주당 의원이 여론조사 기관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12~13일, 전국 성인 1001명,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에서 응답자의 70.5%가 ‘추경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도 국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상속세 개편에는 여야가 이미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고 일괄공제액을 확대하는 등의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여당은 배우자의 상속세를 전액 면제해주는 내용을 포함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도 했다. 당초 최고세율 인하도 동시에 진행하려 했지만 야당의 반대가 극심한 상황에서 ‘가능한 것’부터 하기로 기조를 전환했다.
정부의 유산취득세 도입 방침에 야당이 ‘부자 감세’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변수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입장문에서 “(유산취득세가 도입되면) 결국 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세수 감소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며 “졸속 추진 대신 제도 설계를 정교하게 해서 중산층 이하에게도 혜택이 가도록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의 정부 상속세 개편에 대해 72%가 ‘긍정적으로 본다’고 응답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진보층에서도 62%가 긍정적으로 봤다. 상속세 개편을 통한 과세 형평성 제고 및 가업승계 촉진 효과에 대해서는 효과적이라는 응답이 55%로 절반을 넘었다. ‘효과 없을 것’이라는 답변은 3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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