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맹국일수록 범정부적인 경제안보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향후 미국의 대(對)대만 정책이 한반도 정책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20일 서울 용산구 나인트리 프리미어 로카우스 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2.0 시대 신 국제질서 전망과 한국의 대응' 학술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안보 전략을 가장 열심히 쓰는 대상은 적국이 아니라 동맹국"이라면서 "광물안보파트너십(MSP)처럼 소규모 이해관계 대상자들끼리 맺는 무역협정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과거와는 달라진 상황을 감안했을 때, "경제안보를 산업부 내, 국가안보실 3차장실 내에서 맡는 식이 아니라 전정부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 부소장의 의견이다. 그는 "산업부 차원이 아니라 더 높이 격상돼 다양한 부처를 동원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학술회의는 한국국제정치학회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윤정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마가노믹스는 백인 노동자층부터 실리콘밸리 우파들까지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아웃사이더의 경제학이 아닌, 현 미국 사회에 누적된 불만을 표출하는 문화적 메시지"라며 "전 사회를 아우르는 새로운 경제적 패러다임이 제시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명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트럼프의 화살을 피할 방법에 대해 비관적인 관측을 내놨다. 고 실장은 "자유주의 질서를 해체하려는 트럼프의 입장에서 동맹 체제란 것 자체가 자유주의 질서의 산물"이라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우리 역할을 확대하는 데는 분명히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유럽, 중동에 이어 중국-대만 관계로 눈을 돌리는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차태서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이 러시아, 중국과 '세력권'을 조정하는 과정에사 중간에 낀 국가들은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고 우크라이나에 이어 대만, 한반도 순이 될 것"이라며 "대만이 중미 타협의 대상이 되는지를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 관측했다.
국내에서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핵무장 여론에 대해선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차태서 교수는 "핵무장을 추구한다 해도 그 과정에서 취약성의 골짜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핵무장에 성공하더라도 인도-파키스탄처럼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며 "안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안보문제가 던져지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이밖에 '스몰딜'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모순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백승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비핵화는 북핵 해결을 위한 최종 목적이고 스몰딜은 목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에 대한 방법론적 측면"이라며 "북한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스몰딜을 전략적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있고, 스몰딜이라고 우리 정부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외교적 영향력을 제한하는 실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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