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이 달라지며 주요 동맹국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참패한 후 레임덕에 놓여 있던 마크롱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서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신속한 종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30여 개국 군 수뇌부를 초대해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파병 관련 회의를 열었다. 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함께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제공할 준비 등도 논의하며 주요국 결집에 나서는 양상이다. 마크롱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가 주도하는 종전 구상은 유럽군이 자금과 병력, 군사 장비를 제공해 러시아의 추가 공격에서 우크라이나를 보호하는 것이 목표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프랑스의 핵억지력을 유럽으로 확대할 수 있다며 유럽과 이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를 만나 입장도 조율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도 첫 해외 방문지를 프랑스 파리로 택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지원, 미국 관세 공격 등에 관해 논의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싶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9일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통화하고 가자 전쟁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주권 국가로서 공존하는 ‘두국가 해법’에 관한 회의에 공동 의장을 맡겠다고 밝히고 우크라이나전 평화 협상을 가능하게 한 빈 살만 왕세자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잘 아는 지도자로 꼽힌다. 프랑스 앵포는 "마크롱은 서유럽에서 가장 오래 재임한 지도자라는 점에서 유럽 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트럼프 1기를 경험해 '트럼프식 언어'를 배운 점은 다른 유럽 지도자들과 비교할 때 큰 강점이 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막 당선된 (독일의) 차기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미국 대통령을 알아가야 하는 상황이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트럼프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의 주목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3월 31%로 전월 대비 7%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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