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성장률이 추락하며 ‘유럽의 병자’로 불리는 독일에서 공휴일 축소를 두고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근무 시간을 늘려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근로자의 휴식권 축소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20일(현지시간) ARD방송 등에 따르면 독일경제연구소(IW)는 공휴일을 하루 줄이면 국내총생산(GDP)이 최소 50억 유로(7조 9000억 원)에서 최대 86억 유로(13조 7000억 원) 늘어날 것이라고 지난 19일 추산했다. IW는 “일반적으로 독일의 연간 근무일 수는 약 250일로 공휴일 하나는 전체 근로시간의 약 0.4%를 차지한다”며 “하루 추가 근무는 최대 0.2%의 경제 성장 즉 최대 86억 유로의 GDP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 경기 동향을 설명할 때 쓰는 방식을 적용하면 하루의 추가 근무는 약 50억 유로의 경제 효과를 낸다”고 덧붙였다.
공휴일 축소 주장이 나오는 건 독일의 경제가 침몰하는 가운데 인구 구조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에서는 투자가 줄어들며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으며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근로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연방 정부 주도로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까지 나와 공휴일 축소 논의는 더 불을 붙는 양상이다. IW의 크리스토프 슈뢰더 선임연구원은 “우리는 거대한 인구학적 문제에 직면했다. 이제 더 적은 노동 대신 더 많은 노동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거 은퇴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든 노동시간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반론도 상당하다. 독일노조총연맹(DGB)은 “공휴일을 없앤다고 경제가 살아나지는 않는다. 공휴일은 사치가 아니라 휴식으로 생산성에 기여하는 노동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오히려 공휴일을 늘려달라고 요구한다. 공공서비스노조 베르디(Ver.di)는 세계 여성의 날인 3월8일을 공휴일로 지정해달라고 니더작센주 의회에 청원을 냈다. 독일 주정부는 연방정부와 별개로 공휴일을 정할 수 있다. 여성의 날은 현재 16개 연방주 가운데 베를린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에서 공휴일이다.
IW는 “공휴일을 축소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며 “독일의 연방제 구조로 각 주가 개별적으로 폐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