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기획사 어도어와 걸그룹 뉴진스(새 활동명 NJZ)의 전속계약 분쟁에서 어도어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4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등을 상대로 한 감사로 촉발된 ‘어도어 사태’ 11개월 만에 처음 나온 법원의 판단이다. 뉴진스 멤버들과 민 전 대표는 귀책 사유가 어도어에 있다며 일방적으로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하고 독자 활동을 해왔지만 법원은 전속계약이 유효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뉴진스의 어도어 복귀 등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전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뉴진스는 어도어에 복귀해야 하며 독자 활동 또는 제3의 소속사를 통한 연예 활동은 금지된다.
재판부는 뉴진스가 전속계약을 해지할 만큼 소속사가 중대한 계약 위반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속사 대표가 교체됐다는 이유 만으로 곧바로 문제가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며 “직원이나 제3자의 발언, 갈등 등도 계약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회사와 가수 간의 신뢰가 완전히 깨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뉴진스 측은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어도어는 뉴진스에 대한 정산 의무 등 전속계약상의 주요 의무를 대부분 이행했다”며 “오히려 뉴진스 측의 일방적인 전속계약 해지 통보로 인해 어도어가 계약에 따른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뉴진스 사태’는 지난해 4월 민 전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면서 시작됐다. 그는 하이브가 뉴진스를 ‘하이브 첫 걸그룹’으로 데뷔시킨다는 약속을 어기고 르세라핌을 먼저 데뷔시켰고, 르세라핌 데뷔 전까지 뉴진스에 대한 홍보를 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뉴진스 멤버 전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하고 팀명도 NJZ로 바꿔 활동을 이어 왔다. 이달 23일에는 홍콩에서 신곡을 발표하며 복귀를 예고한 바 있다.
어도어는 뉴진스의 전속계약이 유효하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아티스트에 대한 지원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어도어 측은 “뉴진스 소속사 지위를 법적으로 확인받은 만큼 향후 아티스트 지원에 책임을 다 할 것”이라며 “이번 주말 홍콩 컴플렉스콘 공연도 어도어 소속 뉴진스의 이름으로 진행되도록 현장에서 충분히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진스 사태’를 예의주시했던 업계는 법원의 판단을 환영했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전속계약에 대한 중요성이 산업에서 재조명된 사건”이라며 “이번 법원의 판단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보호하고 음반 제작자가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뉴진스 멤버들은 이날 법원의 결정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입장문을 내고 “저희의 인격을 모욕하고 성과를 폄훼한 소속사(어도어)와는 함께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또 23일 예정된 홍콩 공연에 대해서는 “고민 끝에 부득이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