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쌀값이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폭등했다. 일본 정부는 가격 폭등의 주범으로 이상 기온과 쌀 사재기를 거론했다. 하지만 농가의 현실을 좀 더 깊이 아는 이들은 일본의 쌀 생산 선진화 실패를 진짜 원인으로 지목했다. 일본의 벼 재배 농가 평균 연령이 70세를 훌쩍 넘길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한 데다 농업 환경도 여전히 영세하고 구시대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다. 소규모 고령 농가가 많은 우리 농촌의 사정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사를 짓는 경영주의 평균 연령은 이미 68세를 넘어섰다. 전국 농업인 가구 중 40세 미만 농가는 1.2%에 그친다. 고령화한 농부들의 은퇴는 늘어나는데 이를 이어갈 젊은 농부는 없다.
해결책은 개인 중심의 소규모 농업이 아닌 기업형 농업 경영체로의 변화다. 실제 농업 경영체 농업 법인의 최근 5개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7.9%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농부의 경험에만 의존하는 관행 농업의 틀에서는 한계가 있다. 부족한 인력과 경험으로도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의 추진체는 결국 디지털화다. 농업에 디지털이 접목되면 경험이 없는 청년이라도 베테랑 농부보다 더 많은 수확량을 얻을 수 있다. 인공지능(AI)과 드론을 활용한 정밀 농업, 자율 작업기 및 농업 로봇 등 첨단 농업 솔루션 보급이 시급한 이유다.
다행히 국내 농기계 업체는 물론 스타트업들도 농업 혁신을 위해 도전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정밀 농업과 자율주행 및 자율 작업이 가능한 트랙터, 운반용 로봇 등은 일부 농사 현장에서 시범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민간의 도전 정신만으로는 변화를 완성할 수 없다. 초기 단계인 이러한 신기술은 현장에 보급하기에 비용 등의 이유로 아직 허들이 높다. 변화의 한 축을 정부의 정책 지원이 맡아야 하는 이유다. ‘신기술 농업기계 지정’을 통한 보조금 확대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고령화, 일손 부족 등에 대응하려면 지원 속도도 올려야 한다. 일본의 쌀값 폭등은 단순 해프닝이 아닌 한국 농업의 위기를 알리는 자명고 소리일지도 모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