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관련 공공기관인 국립국악원장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인사가 내정됐고 이는 잘못이라는 일부 국악계 주장에 대해 21일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일부러 기자간담회를 자청하면서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여론을 조사해 전반적인 국악인들의 여론이 그렇다면 따르겠다는 발언도 나왔다.
이날 경기도 가평군 한국전쟁 캐나다전투기념비 앞에서 진행된 한국·캐나다 청년 창작뮤지컬 ‘링크’ 제작발표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일이다. 유인촌 장관은 “좋은 뜻으로 하고 있는 데 이렇게 논란이 될 줄은 몰랐다”고 아쉬워하면서 “국립국악원 원장이라고 해서 국악인만 응모한다는 것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다. 그래서 전문가라면 누구나 (원장에) 응모하도록 규정을 고쳤는데, 이에 대해 특정 공무원을 앉히려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나라 국악과 국립국악원은 더 커질 거다. 지방에 분원도 더 설치하고 본부도 키울 거다. 이런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문 국악인이 아닌) 행정가가 필요하다. 앞으로 국악원은 행정팀 대표와 예술팀 대표, 이렇게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 (논란이 된) 해당 공무원은 공직생활 30년 경력 대부분을 예술국에서 근무했다. 이를 전문가가 아니라면 누가 전문가인가”라면서 “지금 문체부 소속기관인 국악원의 직원들 신분도 공무원인데 그런 논리라면 국악원 직원들도…(그 자리에 있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유 장관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국악원장 자리를 둘러싼 특정 집단의 독점성을 비판한 것이기도 하다. 유 장관은 “지난 30여년 동안 국악원장은 특정 고등학교, 대학교 출신이 다 차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우리가 정말로 국악계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제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전선은 다른 국립예술단체로도 넓혀질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은 “다른 국립예술단체 단장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예술만 했으면 좋겠다, 다른 거 신경 안 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립예술단체 이사회·사무처를 통합하고 행정과 예술 영역을 분리하는 이슈로 해석된다.
국립국악원에 따르면 1995년 이성천 원장 이후 30년간 임명된 9명의 원장이 모두 서울대 국악과 출신이었다. 이번에 인사혁신처가 문체부에 통보한 국악원장 후보 3명 중 2명도 서울대 국악과 출신인 것으로 전해진다.
논란은 올해 초 인사혁신처가 추린 신임 국악원장 후보 3명에 문체부 고위공무원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그동안 국악계 원로들은 국악원장 자리를 자신들의 명예로운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이었다. 공모 전에 12월 대통령령 개정으로 국립국악원장 자리가 공무원도 지원 가능한 개방형 직제로 변경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정설이 불거졌다. 국악원장은 문체부 직제상 1급(실장급) 고위공무원 자리다.
유인촌 장관은 그래도 국악계가 반대한다면 예전처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악계의 전반적인 여론을 알아보는 여론조사 등을 제시했다. 그는 “문체부 홈페이지를 활용하거나 별도 사이트를 만들어서 일반 국악인들의 의견을 모을 필요 수 있다. 익명도 가능하다”며 “만약 80% 이상이 기존처럼 하자고 하면 그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인촌 장관은 이날 예술의전당 등 국립 극장들에 전속 예술단체를 설립해 자체 공연을 창작 및 제작하는 이른바 ‘제작극장화’ 방안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대형 극장들은 소속 예술단체를 두지 않고 외부 예술단체에 공연장을 대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유 장관은 “국립인 극장들은 그대로 제 색깔을 내는 공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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