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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은 R&D 사활 거는데 주52시간 규제로 발목 잡을 건가


삼성전자가 경기 용인시 기흥에 새로운 반도체 연구개발(R&D)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기흥 캠퍼스에 위치한 최첨단 R&D단지 ‘NRD-K’ 가동을 앞두고 또 다른 연구기지 설립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연내에 기흥 반도체 사업장에 초대형 R&D센터인 ‘SR5’를 착공할 계획이다. 기흥 사업장은 삼성이 1980년대 반도체 산업을 시작하고 1993년 메모리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등 반도체 성공 신화를 썼던 상징적 장소다. 공격적인 R&D 투자를 통한 기술력 제고로 ‘위기설’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삼성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모든 계열사 임원을 향해 ‘사즉생(死卽生)’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위기감을 드러냈다. 훼손된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기업 생존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이 지난해 반도체 실적 부진에도 사상 최대인 35조 원의 R&D 투자를 단행하고 연구단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정치권이 기업의 R&D 투자와 활동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은 기업을 도와주기는커녕 온갖 규제로 발목을 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친(親)기업’ ‘성장 우선’을 외치면서도 연구 인력에 대한 주52시간 근무 완화를 담은 반도체특별법 처리를 가로막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일 이 회장과 만나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며 대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강조하면서도 반도체특별법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반도체는 우리의 수출 버팀목이자 핵심 전략산업이다. 국제 흐름과는 동떨어진 규제를 고집하느라 혁신이 좌초되고 기술 경쟁에서 도태된다면 기업 생존은 물론 국가 경제의 앞날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거대 야당은 이제라도 주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하는 반도체특별법 처리에 협력해 기업 투자가 기술 성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여야가 기업의 절박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초격차 기술 개발을 위한 규제 혁파와 세제·금융·예산 등 전방위 지원에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가 신성장 동력을 점화하고 저성장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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