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GTC 2025’에서 혁신적인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계획은 올해 하반기에 ‘블랙웰 울트라’라고 명명된 새로운 GPU를 출시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베라루빈’을, 2027년 하반기에는 ‘루빈 울트라’라는 차세대 GPU를 내놓는 것이다. 베라루빈은 ‘베라’라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루빈’이라는 GPU로 구성된다. 그동안 CPU 시장은 인텔과 AMD가 주도해왔는데 두 회사 모두 x86이라는 명령어를 사용해왔다. ‘386’과 ‘486’ 같은 유명한 인텔 CPU와 그 후속 세대 CPU들이 이에 해당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 같은 소프트웨어(SW)가 대부분 x86 명령어를 사용하도록 개발됐기 때문에 지금껏 인텔이 CPU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규모 컴퓨팅 시설에서 GPU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CPU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x86 기반의 CPU보다는 GPU와 연동이 잘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기회를 틈타 엔비디아는 베라라는 CPU를 자체 개발했다. 베라는 인텔의 x86 명령어를 사용하는 대신 암(ARM)에서 개발한 명령어를 사용한다. ARM 기반의 명령어 사용이 확대되면 CPU 시장에서 인텔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게 될 것이고 엔비디아는 GPU뿐 아니라 CPU 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다.
베라루빈의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HBM4’라는 차세대 메모리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HBM4가 이전 세대인 ‘HBM3’에 비해 다른 것은 메모리 아래 로직 다이라고 불리는 반도체가 추가된다는 점이다. 로직 다이에는 계산 기능을 포함시킬 수 있어 엔비디아 GPU의 일부 기능을 대신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베라루빈과 HBM4의 조합은 향후 반도체 구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HBM4에 로직 다이가 포함된다는 것은 GPU와 메모리반도체의 구별이 모호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반도체 구조는 GPU 혹은 CPU와 같은 프로세서 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의 기능이 엄격히 구분된다. 그래서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이에 데이터들이 이동하면서 많은 전력이 손실되고 성능 저하가 발생한다. 반면 사람의 두뇌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능(기억)과 계산하는 기능(생각)을 함께한다. 데이터 이동 없이 훨씬 효율적으로 동작하는 것이다. GPU와 HBM이 AI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점점 사람의 두뇌와 유사한 구조로 변화하는 출발점이 HBM4가 되는 것이다.
루빈 울트라의 큰 변화는 4개의 GPU를 연결해 하나의 칩으로 패키징하는 것이다. 그 이전 세대의 루빈은 2개의 GPU만을 사용하는데 그에 비해 성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반면 여러 개의 GPU를 연결하기 위한 복잡도가 크게 증가하고 이를 위한 패키징 기술이 점점 중요하게 된다. 향후 2~3년간 반도체 산업에서 일어나는 큰 변화들은 많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위험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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