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여야 잠룡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윤석열의 시간’이 무난히 끝날 것으로 기대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헌재의 미묘한 기류 변화를 의식한 듯 거친 발언을 쏟아냈고, 여권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부동산 정책 번복 논란과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22일 빅데이터 분석 업체인 썸트렌드에 따르면 온라인상 이 대표의 언급량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나흘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이 대표를 향한 세간의 관심은 큰 변동 없이 평탄한 흐름을 유지했지만 최근 이 대표의 발언 수위가 과격해지는 양상을 보이자 크게 요동치는 분위기다. 커뮤니티·트위터·블로그 등 전체 채널에서 이달(1~21일) 일평균 ‘이재명’ 키워드 언급량은 1만4624건에 그쳤지만, 20일에는 1만 건이 차이나는 2만4615건을 기록했다.
“최상목 몸조심” 극언 논란에 관심도 커져
제1야당 수장에 대한 주목도가 급격히 늘어난 건 최근 불거진 ‘막말 논란’이 주효했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미루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최 권한대행은 현행범이고 국민 누구든 체포할 수 있으니 몸조심하길 바란다”고 발언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이를 두고 자신의 선거법 2심 선고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 석방으로 여론과 헌재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극도로 예민한 상태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여권에선 이를 놓칠 새라 곧바로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가 최 권한대행을 향해 조폭이나 할 법한 극언을 퍼부었다”며 “내란 선동, 테러 조장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깡패들이 쓰는 말”, “조폭식 협박”이라고 공세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21일 최 권한대행에 대한 고발·탄핵 공세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국민의힘은 “최 권한대행 고발을 기획한 이 대표와 박균택 법률위원장을 강요죄로 고발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거대 양당이라는 고래들의 싸움에 낀 최 권한대행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최상목' 키워드 언급량은 지난 18일까지 하루 5000건을 넘지 않았지만, 19~21일 사흘 간 하루 평균 1만949건을 기록하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이 대표가 정국을 주도한 것과 별개로 긍정보다는 부정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이재명’ 키워드 언급량에 따라오는 부정 연관어는 하루 만 건을 밑돌았지만, ‘몸조심’ 발언이 나온 19일에는 1만4280건으로 치솟으며 매일 만 건을 웃돌았다. 실제 언급되는 부정 연관어를 보면 체포, 위반, 범죄 등 이 대표가 최 권한대행을 겨냥해 쏟아낸 표현들이 나란히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달 3주차 이 대표를 향한 긍·부정 분석 결과 부정 감성(75.4%)이 긍정 감성(18.5%)을 크게 뛰어넘었다.
정책 실패·사법리스크 2연타로 싸늘한 민심
조기 대선 시 대권 출마 의지를 내비친 여권 잠룡들에 대한 온라인 민심도 이번 주 들어 크게 요동쳤다. 특히, SNS 언급량에서 만년 2위를 기록했던 오 시장이 최근 한 전 대표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며 1위를 차지한 점이 눈에 띈다. 다만 내용을 보면 오 시장이 웃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 시장이 한 전 대표의 관심도를 역전한 19일에는 정부와 서울시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재지정 발표가 있었다. 해제 조치 35일 만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 속에 전통적 보수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들이라 오 시장의 대권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한 전 대표와 홍 시장 등 경쟁 주자들도 서울시의 결정을 비판하며 잠재적 경쟁자에 견제구를 날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튿날인 20일에는 오 시장 집무실과 공관 등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올해 내내 오 시장을 괴롭혀왔던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의혹과 관련해서다. 무혐의를 자신해온 오 시장은 “기다리던 바였다. 매우 기다리던 절차가 진행됐다”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으나 정책 실패와 사법 리스크까지 겹악재가 부각되며 온라인 여론은 따가웠다. 실제 이달 들어 오 시장에 대한 부정 감성은 65.5%였는데, 19~21일 사흘간 평균 80% 이상으로 훌쩍 뛰었다. 연관어 역시 집, 부동산, 집값, 정택, 주택 등 토허제 해제를 둘러싼 싸늘한 민심을 짐작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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