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선고가 연이어 내려진다. 24일 헌재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선고,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어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도 이번 주 중후반쯤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세 갈래의 사법적 판단은 당사자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뿐 아니라 국정 및 정국 전반에 엄청난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정과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판결은 정치적으로 예민하게 맞물려 있어 여야 간에 날선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이라도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길 촉구한다”며 헌재를 압박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헌재를 재촉할 것이 아니라 자기 재판부터 성실히 받으라”고 맞받았다. 이 대표는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국토부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로 발언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여야와 진보·보수 세력 간 갈등과 대립이 커지는 것도 우려된다. 22일 서울 등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진영의 대규모 집회가 벌어진 가운데 보수 진영에선 “(윤 대통령이) 살아오지 않으면 내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이 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정당성을 주장한 탓이 크다. 이 대표는 22일 전남 담양에서 “(윤 대통령이 돌아오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대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겨냥해 “몸 조심하라”고 협박했고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여야 의원들은 연일 헌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윤 대통령 탄핵 기각과 즉각 파면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여야는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언행을 삼가고 사법 판단을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 그러잖으면 법치주의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계엄·탄핵 정국 장기화로 복합 위기가 증폭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특히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경제안보 위기와 나라 미래를 진심으로 염려하면서 국민 통합을 바란다면 이제라도 헌재와 법원의 판단에 대한 승복 의사를 확실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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