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주택시장을 보면 상당히 혼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지방의 경우 미분양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현장의 시행사와 시공사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서울의 일부 지역은 다시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의 상승 폭은 커지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2·19대책도 이러한 시장 상황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방 미분양주택에 대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매입 등 지원책이 발표됐지만, 기대했던 수요자 대출규제완화는 지방에 한정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주택시장의 상황을 보면 좀 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안정적으로 유지됐던 미분양물량은 2021년 1만 7710가구에서 2024년 말 7만 173가구까지 많이 늘었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물량은 더욱 심각해 2024년 말 기준 2만 1480가구까지 증가했다. 이로 인해 시행사와 시공사뿐 아니라 하청업체와 자재납품업체까지 어려움에 처하는 등 건설업계 전반으로 위기가 번지고 있다. 공급물량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현재의 시장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유효수요의 회복을 위한 대출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시장이 과열돼 투기목적의 수요가 많을 때는 가계부채의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겠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수도권 외곽과 지방의 경우에는 실수요자의 구매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부터 지속된 대출총량관리와 올해 7월 예정된 3단계 DSR 도입 등으로 인해 주택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 실수요자까지 시장참여를 주저하게 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건전성 관리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장기간의 대출규제로 인해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50%보다 낮은 수준이고 지역에 따라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적용돼 현재까지 연체율도 높지 않다. 따라서 좀 더 적극적인 대출규제 완화정책을 통한 시장 정상화가 절실하다.
먼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은 다양한 지표를 통해 건전성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에서는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개별 금융기관에서 적정 대출규모 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추가적인 발표가 예정된 3단계 DSR의 경우에는 완화대상 지역을 지방에서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까지 확대하고 유예기간을 조기에 명확하게 제시해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또 소득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무주택 청년 가구의 경우 DSR 산정 시 소득기준을 보다 합리적으로 완화해 이미 소득이 높은 중장년층과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이외에도 정책발표 후 실행되지 못하고 있던 취득세율 인하와 지방 미분양주택의 양도세 완화 등이 함께 진행되면 현재의 위기상황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의 경험을 통해 주택시장에서 발생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다음 시기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좀 더 유연한 정책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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