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을 ‘정치적 기회’로 전환하며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 우선주의 심화 속에 캐나다에서 고조되는 반미 정서가 카니와 집권 자유당엔 훈풍이 되는 모양새다.
카니 총리는 당초 10월 20일께로 예정됐던 총선을 오는 4월 28일 실시한다고 23일(현지시간) 전격 발표했다. 카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당한 무역 조치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병합하겠다는) 주권 위협으로 인해 평생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조기총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반미 감정을 건드렸다.
트럼프의 ‘MAGA(미국을 위대하게)’에 맞선 카니의 애국 전략의 효과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지난주 레제르 여론조사에서 카니가 이끄는 자유당은 42%의 지지율로 39%에 그친 보수당을 앞질렀다. 저스틴 트뤼도 전 총리 사임과 트럼프의 위협 이후, 20%포인트 차이로 보수당에 뒤처졌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더니 다시 선두 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앵거스 리드 여론조사에서도 자유당은 42%의 지지율로 보수당(37%)을 제쳤다. 트럼프의 경제 및 주권에 대한 위협이 캐나다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면서 현 정부와 정부의 강경 대응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아바쿠스 데이터 조사에서는 보수당 39%, 자유당 36%로 선두가 반대로 나타나는 등 접전 구도가 이어지고 있어 선거 막판까지 양당의 표심 잡기는 치열할 전망이다.
4월 총선은 극명하게 다른 두 리더의 대결로도 눈길을 끈다. 60세인 카니 총리는 캐나다 중앙은행과 영란은행 총재를 역임한 경제 전문가다. 반면 카니 총리와 대결할 보수당의 피에르 폴리에브 대표는 45세로 비교적 젊은 편이지만, 7번의 선거 경험을 보유한 20년 경력의 정치 베테랑이다.
시장조사기관 레제르는 이번 선거의 핵심이 ‘경제와 트럼프를 다룰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가’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카니는 트럼프에 대한 정부의 초기 대응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했다”면서도 “폴리에브에는 자유당 집권 9년보다 ‘더 강한 캐나다 경제’를 건설하겠다는 주장을 펼칠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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