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이 "일본은 아직 디플레이션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가토 재무상은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수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한 소비자 물가와 30년 만의 최대 규모를 기록한 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재 판단으로는 디플레이션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토 재무상의 이 같은 발언은 일본은행(BOJ)이 지난해 3월 17년 만에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8년간 이어지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하며 금융 정상화에 나서는 등 디플레이션 탈출 시점을 모색하는 가운데 나왔다.
가토 재무상은 일본이 물가 상승을 경험하고 있고, 다른 추세도 긍정적으로 보인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디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할 수 있는 것은 경기 침체 전망이 없다고 판단될 때"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소비자 물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기저 물가와 배경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지금의 물가 상승이 '잘못된 유형의 인플레이션'이라는 일부 경제학자들의 지적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이 금리인상의 전제 조건 중 하나로 꼽는 '2%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과 소비자 수요의 선순환에 의한 것이 아닌 엔화 약세와 높은 원자재 비용에 의해 나타난 결과라는 우려를 의식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월 35개월 연속 일본은행의 2% 목표를 웃돌았다. 최근 진행된 노사 봄철 임금 협상에서도 평균 5.46%의 임금 인상을 이끌어냈다. 33년 만에 가장 높은 인상 폭이다.
그러나 물가 상승 속도에 비해 임금 인상 속도가 느려 실질 임금 성장은 정체돼 있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가토 재무상은 "디플레이션 기간 동안 물가, 임금, 금리에 변동이 없었다"며 "이 조합이 경제 성장을 억제하고 국가가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상황이 변하고 있고, 변화와 정상화의 징후가 보이고 있다"며 "이제 물가가 오르고, 임금이 오르고, 일본은행은 일본에 최적의 통화 정책이 무엇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상 경제로의 전환에서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보다 앞서도록 보장하는 데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이 임금을 올리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진정한 과제는 일본의 중소기업들이 증가하는 노동력과 투입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가토 재무상의 인터뷰에 대해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스테판 앙그릭 연구원은 "물가 수준이 (상승하고 있어서) 디플레이션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토 재무상의 발언은 일본이 아직 원하는 종류의 인플레이션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수치상으로는 디플레이션이 아니지만 그 상승의 질적 측면에서 볼 때 일본 정부가 원하는 '좋은 인플레이션(임금 상승과 소비자 수요의 선순환에 따른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앙그릭 연구원은 "그렇게(좋은 인플레이션)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고도 지적하며 일본의 약한 내수와 정체된 자본 지출 등을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이 2026년까지 2%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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