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임에도 젊은 층은 물론 노년층까지 전 세대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 1960년대 제주도를 배경으로 애순과 관식의 애틋한 사랑, 애순 엄마의 모성애, 관식의 부성애 등이 세대를 초월해 공감을 이끌어내며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인생 캐릭터’ 양관식 역을 맡은 박보검(사진)을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만났다.
박보검은 이번 작품에서 당당하고 야무진 애순을 향한 지고지순한 순애보는 물론 어린 아들을 잃은 아버지, 가족을 먹여 살리는 고단한 가장의 모습까지 담아 내며 넓고 깊은 스펙트럼의 배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식이 커다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애순 모녀의 애틋한 사랑, 한 사람을 향하는 따뜻한 마음, 약자를 보호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오며 눈물을 흘리시고 위로를 받는 것 같다”며 “부족하나마 대본을 읽을 때 가슴에 느껴지는 묵직한 울림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1막에서 펼친 ‘멜로킹’으로서의 독보적인 연기에 그치지 않고 2막에서는 치사하게 일을 해서라도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 어린 아들을 잃은 ‘어린 아버지’를 통해 ‘인생 연기’를 선보였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특히 애순과 선을 봤던 부상길 선장에게 미운털이 박혀 어느 곳에서도 일을 할 수 없게 된 관식의 “하루 벌면 하루 살 수 있는데, 그 하루가 참 치사하네”라는 대사는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는 “그 대사를 할 때 애순과 관식의 삶을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며 “고단하고 슬프지만 살면 살아지는 삶을 대사에 담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어린 아들을 잃은 아버지 관식이 표현하는 애끊는 슬픔도 명장면으로 꼽힌다. 주검이 된 막내 동명이를 안고 있는 애순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나오는 내레이션은 감정을 극대화한다. “그날 무쇠가 처음으로 무너졌다.”
박보검은 이 장면을 찍을 때 하늘이 회색빛이었는데 이런 환경들이 더욱 감정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고 했다. 그는 “자식을 잃은 슬픔과 아픔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조심스러웠다”면서 “대본에 있던 포효한다라는 표현에 집중해 연기를 했다. 내가 정말 자식을 잃은 아버지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며 누군가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깊은 울림을 주는 대사와 명장면이 만들어진 것은 임상춘 작가의 덕이라고 했다. 그는 글로 미리 작성해 온 임 작가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표현했다. “영혼을 위한 사골국, 미역국, 갈비탕, 씨앗 저장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 어떤 풍경을 보여주실지 기대가 된다.”
작품에서 물리적 분량은 애순보다 적지만 정서적으로는 그의 분량이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박보검은 “애순의 엄마 광례, 해녀 이모님들, 관식의 가족들 모두가 주인공이고 존재감이 대단하다”며 “저의 분량이 적은 것은 알고 출연한 것이고 그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28일 마지막 4막 겨울편을 공개한다. 박보검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잘 표현을 해야지, 그래 우리가 이런 시절이 있었지 하면서 가족들, 친구들, 연인들과 이야기 나누며 보기 좋은 작품”이라며 “4막에서 모두가 주인공인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정점을 찍는다. 오래도록 가슴 속에 남는 작품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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