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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도시 ‘벳부’에서 만난 ‘리츠메이칸 APU’ [임병식의 일본, 일본인 이야기]

임병식 국립군산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도심에서 10여 km 이상 떨어진 산속에 위치한 리츠메이칸 APU캠퍼스 전경. 이곳에서 그럼처럼 아름다운 벳부 만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사진=임병식




오늘은 오이타 현 벳부에 있는 ‘리츠메이칸 APU’를 이야기해보자. APU는 개교 25주년에 불과하지만 성공한 지방 대학으로 회자된다. 교토에 있는 리츠메이칸 대학이 국제화를 목표로 2000년 설립한 자매 대학인데 인지도에서 이미 본교를 뛰어넘었다. APU는 개교 수년 만에 일본 내 명문 대학에 올라섰다. 영국 TIME이 발표한 2023년 ‘THE 일본대학 상위 200’를 보자. APU는 개교 이래 매년 20위권 안팎에 랭크됐는데, 2023년 역시 22위를 기록했다. 교육품질 1위, 교육 성취도 3위, 교육성과 20위 등 일부 항목에서는 최상위에 속해 있다. 도쿄나 교토, 오사카, 히로시마 등 대도시권이 아닌 지방에 소재한 대학에서 이런 성과를 냈으니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APU는 한국에서도 벤치마킹 사례로 입줄에 오르내린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지방도시는 소멸 위기에 직면한지 오래고, 지방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APU는 대학이 지방을 살리고, 지방대학도 최고 자리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줬다. APU는 특화된 경쟁 요소를 바탕으로 명문 대학 반열에 올라 지역경제에 선순환을 가져왔다. 2023년 기준 일본 대학은 국립 86개를 포함해 총 813개에 이른다. 우리나라 409개에 비해 두 배쯤 많다. 우리와 일본은 면적(3.3배)과 인구(일본 1억 2,360만 명, 한국 5,180만 명)에서 두세 배 가량 차이 나는데, 대학 숫자도 얼추 들어맞는다. 일본에 대학이 813개라는 것도 놀랍지만 APU가 2%에 속한다는 건 더 놀랍다.

벳부(別府)는 ‘특별한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로부터 벳부가 온천이 풍부한 특별한 곳이라서 비롯된 지명이다. 벳부는 대략 3,000곳에 이르는 온천수원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전체 온천에서 10% 이상을 차지하며 온천 용출량에서 최대다. 벳부 IC에 들어서면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흰 수증기가 연출하는 풍광이 이색적이다. 다양한 온천을 체험할 수 있기에 연간 90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다녀간다. 한국인 관광객은 압도적인데 전체 외국인 가운데 60% 상당을 차지한다. 벳부에 머문 지난주 관광 비수기임에도 적지 않은 한국인 관광객을 만났다. 이들이 골프장과 온천에서 뿌리고 가는 돈이 얼마나 될까 헤아리다 리츠메이칸 APU대학으로 생각이 미쳤다.

방학을 이용해 대학 진학을 앞둔 일본 고등학생들이 APU캠퍼스 투어 중이다. 사진=임병식




APU는 도심에서 10여km 떨어진 산속에 있다. 대부분 대학이 도심에 위치한 것과 달리 APU는 위치부터 역발상이다. APU는 산 정상에 있어 학습 환경은 쾌적하다. APU캠퍼스에서 바라보는 벳부 만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학교 주변에 유흥 시설이 전무하고 도심과 격리돼, 할 수 있는 건 공부밖에 없다.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유학 보낸 부모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있다. 1학년은 기숙사 생활을 하며 2학년부터는 시내에 집을 얻어 통학한다. 40~50분가량 걸리는 통학은 불편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와 맞물려 있다. 대학은 스쿨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대신 벳부 시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연간 탑승권을 할인 판매(100만원)한다. 운수회사 입장에서는 고정 승객을 확보한 셈이다.

재학생들이 학비와 생활비로 지출하는 돈은 벳부 지역경제에 효자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학생 1인당 연간 평균 4,000만 원을 쓴다. 전체 학생 수를 고려하면 매년 2,200억 원 이상 돈이 벳부에 뿌려진다. 이 학교는 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체 학부생 5,516명 가운데 일본인 학생 2,981명, 외국인 학생 2,535명으로 대략 1대 1 규모다. 외국인 유학생의 출신 국가는 90개국에 이른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단순 노동력을 제공하며 또 다른 기여를 하고 있다. 영어가 유창하기에 편의점이나 온천장 등 외국인을 응대해야 하는 곳에서 APU 학생들은 인기다. 벳부에 머무는 동안 아르바이트하는 APU 학생을 여럿 만났다. 거리를 걷는 청년 대부분도 APU 학생으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APU와 벳부 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선순환 상생 모델을 만들었다.

APU는 지역이 처한 위기를 타개하려는 벳부 시와 국제화 역량을 확대하려는 리츠메이칸 대학과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했다. 벳부 시는 유치 단계에서 학교 부지와 운영비를 제공하고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APU는 2개 국어(일어와 영어)로 강의를 진행하기에 졸업생들은 취업시장에서 빠르게 팔린다. 100%대 취업률은 APU가 단기간 명문에 오른 비결이다. 학생들은 다국적 문화를 경험함으로써 글로벌 마인드를 익힌다. 좁은 취업문을 뚫어야 하는 우리 학생들을 생각하면 APU가 지나온 길은 부럽다. 유야(湯屋) 에비스 온천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말레이시아 출신 APU 유학생 아흐마드는 “이달 졸업을 앞두고 있으며 도쿄에 소재한 대기업에 취업했다. 지난 4년 동안 APU에서 시간은 행복했다”고 자랑했다. 대학 생활을 행복했다고 추억할 수 있는 리츠메이칸 APU는 ‘특별한 도시’에서 만난 ‘별난’ 대학이다.

서경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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