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등극한 중국 비야디(BYD)가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전 세계 자동차 판매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23년 BYD의 글로벌 판매 순위가 10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라 할 수 있다. 전기차 업체로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실적도 테슬라를 앞질렀다. BYD는 압도적인 성장세를 무기로 현대차·기아와 제너럴모터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BYD는 물론 지리자동차와 체리자동차 등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글로벌 톱10’에 진입하는 반면 내연기관차 전통 강자인 독일·일본 기업들은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리는 등 상반된 모습이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자동차 시장조사 기관 마크라인스의 통계를 바탕으로 자체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신차 판매 순위에서 BYD는 세계 5위를 기록해 1년 전 8위(연간 기준 10위)에서 세 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중국 업체가 ‘글로벌 톱5’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판매 대수도 전년 동기 대비 61%나 뛴 152만 대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였다. BYD의 판매 대수는 스텔란티스(139만 대), 포드(118만 대)를 앞지르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174만 대에도 근접했다. 지난해 427만 대 수준이던 연간 판매 대수가 올해 500만 대 규모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압도적인 성장세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BYD가 전날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지난해 매출액과 순이익이 각각 7771억 2000만 위안(약 157조 원), 420억 5400만 위안(약 8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9%, 35%씩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070억 달러로 전기차 업체로는 사상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 펑파이신문은 “주목할 만한 것은 테슬라의 지난해 매출이 976억 9000만 달러(약 143조 5000억 원)였다는 점”이라며 “BYD 매출이 처음으로 테슬라를 추월했다”고 짚었다.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압도적이다. BYD의 지난해 R&D 투자는 542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36%나 늘었다. 영업이익 대비 R&D 투자 비중은 6.97%다. 연구 인력은 1년 만에 18.24% 늘었는데 특히 석사(21.66%), 박사(51.45%)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지난해까지 누적 신청 중국 특허는 4만 6201건, 해외 특허는 1만 3490건으로 집계됐다.
첨단기술 부문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BYD는 올해 2월부터 모든 모델에 ‘신의 눈’이라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기본 장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달 18일에는 5분 충전으로 400㎞를 달릴 수 있는 ‘수퍼 e플랫폼’을 선보여 시장에 충격을 줬다. 헤지펀드 텔레메트리 설립자 토머스 손턴은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큰 장애물 중 하나는 주행거리 불안감과 긴 충전 시간”이라며 “전기차 업계에서 이런 큰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것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BYD는 내수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위상과 급속한 기술 발전을 무기로 해외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와 지역에 진출한 상태다. 지난해 해외 판매량은 40만 7700대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10대 중 1대는 해외 판매인 셈이다.
BYD는 물론 지리자동차와 체리자동차 등도 급속도로 성장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4분기 지리자동차가 8위, 체리자동차가 10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톱10’에 중국 자동차 기업 3곳이 이름을 올렸다. 2023년만 해도 ‘글로벌 톱10’에 오른 중국 자동차 기업은 BYD가 유일했다. 지리도 2027년까지 세계 판매 목표를 500만 대로 잡는 등 중국 자동차들의 세(勢) 확대는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반면 일본 및 유럽 자동차 기업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혼다와의 경영 통합 불발 등 악재가 겹친 일본 닛산자동차는 처음으로 ‘글로벌 톱10’ 밖으로 밀려났다. 닛산의 지난해 4분기 신차 판매 대수는 84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4% 줄었다. 순위는 1년 전 9위(연간 8위)에서 2계단 내려온 11위에 그쳤다. 닛케이는 “닛산은 시장 수요에 맞는 신차를 투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 부진에 빠졌다”고 밝혔다. 일본은 도요타가 세계 1위를 유지하며 체면을 지켰지만 도요타 역시 판매 대수가 292만 대로 2% 줄었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부상에 밀린 스텔란티스와 폭스바겐 또한 대규모 감원을 단행 중이다.
한편 스마트폰에 이어 전기차 분야에서도 고속 성장하고 있는 샤오미는 전날 홍콩 증시에서 주당 53.25홍콩달러에 8억 주를 매각해 55억 달러(약 8조 800억 원)를 조달했다. 이달 4일 BYD가 홍콩 주식시장에서 유상증자로 56억 달러(약 8조 1800억 원)를 확보한 데 이어 신규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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