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영화감독 존 포드가 1950년에 발표한 ‘리오그란데’는 서부영화의 대표작으로 통한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선을 따라 흐르는 리오그란데강 주변에서 벌어지는 인디언 원주민과 미국 기병대 간의 전투 장면이 압권이다. 서부영화의 단골 배경인 리오그란데강은 미국 콜로라도주의 로키산맥에서 발원해 텍사스주를 거쳐 국경선을 따라 멕시코만으로 흐른다. 양국 국경 지역의 마약 밀매 등을 다루는 넷플릭스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리오그란데강을 둘러싼 미국과 멕시코의 물 분쟁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멕시코가 물 조약을 이행하지 않아 리오그란데강 유역의 미국 농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미국은 콜로라도 강물을 멕시코로 공급하는 것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언급한 조약은 1944년 양국이 국경 지역 강물을 공유하기 위해 체결한 ‘리오그란데 물 조약’이다. 국경 하천 물을 두고 갈등을 빚던 양국은 협약을 맺고 멕시코는 매년 리오그란데강 유량 중 4억 3000만 ㎥을 미국에, 미국은 콜로라도 강물 19억 ㎥을 멕시코로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가뭄 속에 국경 지역 멕시코 농부들이 리오그란데강으로 흘러가는 멕시코 지류의 물을 많이 사용해 멕시코가 합의한 만큼의 물을 미국에 보내지 못하자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이 이번 사태를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더 높은 관세 부과 또는 국경 봉쇄 위협의 빌미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멕시코 외에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터키·시리아, 인도·중국 등 전 세계에서 물을 둘러싼 국가 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격으로 핵심 광물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자원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부와 기업 등이 ‘원팀’을 이뤄 에너지·광물 자원 개발과 첨단산업 소재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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