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5일 전국 산불 사태 대응을 계기로 지지부진하던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은 조속히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통상 대응과 추경 논의에 본격 착수하겠다”며 “이번 재난을 통해 확인했듯이 예기치 못한 재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난 예비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안 대비 절반을 삭감한 예비비 약 2조 원을 이번 추경에 포함해 원상복구시키겠다는 설명이다.
조속한 추경을 주장해온 야당도 산불 사태 대응을 고리로 정부에 추경안 제출을 거듭 압박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의 추경 제안에 “당연히 해야 된다”며 “(정부가) 추경에 대해 너무나 미온적이기는 하지만 이건 재난 상황과 관련된 부분이니까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된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박정 민주당 의원도 “정부는 벚꽃이 필 때까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해달라”며 “벚꽃 추경이 없으면 1970년대 사라진 보릿고개가 다시 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이번 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참여하는 고위당정협의회를 개최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할 추경안을 조율할 계획이다. 24일 직무에 복귀한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여 만에 여당 지도부를 만난다.
산불 사태로 추경 논의가 탄력을 받는 듯하지만 문제는 사법 이슈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이 대표의 피선거권 박탈형이 유지되거나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여야 극렬 대치가 불가피하다. 국회에서 제대로 된 추경 심의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
또 예비비 복원에는 뜻이 일치하지만 그밖의 추경 규모와 용처를 두고는 입장 차가 커 합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소상공인 및 취약 계층 지원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해 총 14조 원 규모의 ‘핀셋 추경’이 적절하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지역화폐 지급을 포함한 총 35조 원 규모의 ‘슈퍼 추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만약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새 정부가 들어서고 경기 부양을 위한 역점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며 “가뜩이나 재정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추경과 새 정부 역점 사업 집행이 모두 이뤄지면 예산이 과다·중복 지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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