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기차 굴기가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이 중국 증권 당국으로부터 홍콩 증시 상장을 승인받았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서도 급속도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배터리 업체들이 증시를 통한 ‘실탄’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기차용 배터리 업체로 이미 중국 증시에 상장된 CATL은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로부터 홍콩에서 주식 2200만 주가량을 발행할 수 있는 승인을 얻었다. 정확한 상장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50억 달러(약 7조 3000억 원) 이상을 조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전망대로면 홍콩증권거래소 기준 2021년 이후 4년 만에 최대 규모다.
CATL은 지난달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하면서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 일부를 헝가리에 73억 유로(약 11조 50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는 데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샤오미와 전 세계 전기차 1위 업체인 비야디(BYD)도 최근 홍콩 증시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를 통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BYD는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56억 달러(약 8조 2000억 원)를 모았고 샤오미도 주식 매각을 통해 55억 달러(약 8조 원)를 조달한다고 밝혔다.
BYD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9% 많은 7770억 위안(약 1069억 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 테슬라의 매출(977억 달러)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한편 최근 몇 년간 부진했던 홍콩 항셍지수가 올해 들어 15% 넘게 오른 가운데 홍콩 상장사들이 1분기에 증시를 통해 조달한 자본 규모는 131억 달러(약 19조 1000억 원)로 2021년 2분기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한 가운데 지난달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례적으로 민간 기술기업들과 간담회를 열면서 민간기업들의 역할을 강조한 것도 기업들의 투자 열기를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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