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동부를 휩쓴 산불은 상대적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이동이 쉽지 않은 고령의 노인들에게 큰 인명피해를 주고 있다.
26일 산림당국 등에 따르면 의성 산불이 밤사이 안동을 거쳐, 청송, 영양, 영덕까지 순식간에 덮치면서 16명이 숨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80대 등 노인이 다수다.
주택, 마당, 도로 등에서 급속도로 번지는 불길을 피하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에서는 한 요양시설 입소자 3명이 차를 타고 대피하던 도중 차량이 폭발해 숨졌다.
이들 3명은 모두 80대로 시설 직원들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확산하는 화염으로 차량이 폭발하면서 변을 당했다.
영양 석보면 화매리 한 주택에서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60대 여성 시신 1구가 발견됐다.
석보면에서는 또 이장 내외가 처남댁을 구해 차에 태우고 가다가 참변을 당하기도 했다.
청송 파천면과 진보면에서는 80대 여성과 70대 남성이 숨졌고, 청송 한 도로 외곽에서는 60대 여성이 소사한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은 급박한 상황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했거나 집을 빠져나왔으나 불길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동에서는 70대 여성이 주택 마당에서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고령의 어르신들이 대피 과정에서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번지는 불길을 미처 피하지 못해 질식이나 화상 등으로 숨진 사례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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