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하동 산불이 엿새째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불길이 지리산 국립공원 코앞까지 접근했다. 화마가 덮친 위치는 지형이 가파르고 고도가 높아, 진화 인력·장비 투입이 원활하지 않아 최대 고비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26일 산림당국 등 설명을 보면 산불은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 200m까지 접근했다. 국립공원 경계로부터 직선으로 불과 200m 거리다. 지리산 국립공원은 경남(산청·하동·함양)과 전남(구례), 전북(남원) 등 3개 도에 걸친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1967년 지정)이다. 이 일대는 고도가 높고 지형이 가팔라 인력·장비 투입이 어렵다. 사실상 헬기에 의지에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다.
전날 산불은 지리산국립공원 경계 500m 앞까지 접근한 바 있다. 천왕봉까지 거리는 9㎞ 정도로, 소방당국은 지연제 등을 뿌려 산불 확산을 최대한 막았다. 한때는 지리산국립공원 400m 거리까지 불길이 접근했지만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화마는 피했다.
산불은 바람과 함께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해 화재 진압은 난항을 겪고 있다.
실제 전날 오후 3시쯤 90%까지 도달했던 진화율은 이날 오전 5시 기준 80%로 다시 떨어졌다. 진화 대원들은 장비 등을 활용해 민가 확산 방지에 주력하며 밤새워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강한 바람과 계곡부가 많은 산세 등 영향으로 어려움이 컸다.
산불영향 구역은 1685㏊로 확대됐다. 산불 전체 화선은 약 63㎞에 남은 길이는 12.5㎞(산청 5㎞·하동 13㎞)다. 인명피해도 기존 사망 4명, 중상 5명, 경상 4명 등 13으로 집계됐다.
현재 산불 현장에는 초속 0.5m 안팎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순간 풍속은 초속 1~2m다.
산림당국은 이날 오전 일출 직후부터 헬기 30대(예정)와 인력 1720명, 장비 222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경북 산불 상황에 따라 실제 헬기 투입 대수는 유동적일 수 있다.
남송희 산림청 국제산림협력관은 "지리산 인근 산불 현장은 큰 헬기를 운영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이곳은 낙엽층이 두꺼워 물을 계속 뿌려도 진화가 어렵고 인력 동원도 힘들어 헬기로 집중해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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