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입양 과정에서 벌어진 기만·부정, 그리고 심각한 문제들은 더 이상 숨겨질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된 피터 뮐러 씨)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해외입양 과정에서 국가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이뤄져 입양 아동들의 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입양 과정에서 발견 경위 등 서류가 조작되고 입양 알선 기관이 강제 기부금을 매기는 등 ‘해외 입양 산업’이 진행된 정황도 드러났다.
진실화해위는 26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해외입양과정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 입양된 김 모 씨 등 신청인 56명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1964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에서 해외 11개국으로 입양된 367명은 일괄적으로 ‘고아호적(아동이 무호적 상태일 때 구청장이 작성하는 호적)’이 만들어져 서류가 조작되거나 신원이 변경되는 등 ‘정체성을 알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신청한 바 있다.
조사 결과 고아호적의 기초가 되는 ‘기아발견조서’가 조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서는 아동의 발견 장소와 신고자 등 정보가 미리 기재된 채로 인쇄돼 발견 시점만 달리해 작성됐다. 신고 단계부터 허위로 기재돼 입양 아동들은 거짓 호적을 지닌 채 입양된 셈이다. 입양 알선 기관이 입양 당시 의뢰인의 신원이나 입양 아동과의 관계를 증빙할 서류를 제출받지 않거나 아동이 미아인 경우에도 친가족을 찾지 않고 입양을 진행하는 사례도 있었다. 입양 수속을 진행 중이던 아동이 출국을 앞두고 사망하는 등 입양이 중단되면 새로운 아동을 기존 입양 아동의 신원으로 바꿔치기 해 출국시키기도 했다.
입양 알선 기관들이 정부에 보고한 입양 수수료 외에 양부모, 외국 입양 알선 기관으로부터 ‘기부금’ 명목의 돈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진실화해위는 이 같은 인권침해 사실에 대해 국가의 공식 사과와 입양인의 시민권 취득 여부 실태 조사, 입양 정보 제공 시스템 개선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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