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규칙의 목적은 플레이어에게 벌타를 주기 위함이 아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기를 하고, 때론 정상적인 방법으로 플레이를 이어갈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구제를 해주기 위한 약속이다. 비즈니스 골프에서도 규칙을 잘 활용하면 동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규칙을 준수하는 모습을 통해서는 진실한 사업 파트너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티샷과 관련해 알아두면 유용한 규칙은 티잉 구역 내에서는 언제든지 볼을 티 위에 올려놓고 샷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드라이버를 힘껏 휘둘렀는데 빗맞아 볼이 날아가지 못하고 티에서 떨어져 여전히 티잉 구역 안에 있다면 볼을 다시 티 위에 올리고 샷을 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물론 앞서 친 샷이 엄연한 스트로크인 만큼 2타째가 된다. 또한 티 위에 볼을 놓고 동반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클럽이나 발로 우연히 볼을 쳐서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때는 아직 스트로크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볼을 다시 티 위에 올린 후 벌타 없이 샷을 하면 된다(6.2b).
골프는 기본적으로 티잉 구역에서 플레이한 볼로 홀아웃을 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대표적으로 규칙에 따라 구제를 받을 때다. 카트 도로에 볼이 정지했을 경우 벌타 없이 구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때 볼에 흠집이 났을 확률이 높다. 원래 단순한 흠집만으로는 볼 교체가 허용되지 않지만 구제를 받고 드롭을 하는 경우에는 볼 교체가 가능하다(6.3b).
플레이어가 자신의 정지한 볼을 움직이면 1벌타를 받는다. 하지만 움직여도 무방한 때가 있다. 볼을 발견하거나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움직인 경우, 그린에서 우연히 움직인 경우, 규칙을 적용(볼 마크, 움직일 수 있는 장해물 제거 등)하는 동안 우연히 움직인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9.4b). 그린에서도 볼이나 볼 마커를 우연히 움직여도 페널티가 없다(13.1d). 자신이 친 볼이 나무에 맞고 몸에 맞을 때도 무벌타다(11.1a).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그린에 있던 볼이 움직일 수 있다. 집어 올렸다가 리플레이스를 한 경우라면 원래 있던 지점에 리플레이스를 하면 된다. 집어 올리기 전에 바람에 볼이 움직였다면 새로운 지점에서 플레이를 하면 된다(13.1d). 만약 파3 홀에서 티샷 후 그린에 가는 도중 바람에 의해 볼이 움직여 홀에 들어갔다면 홀인원을 한 것이다. 이와 달리 볼을 집어 올린 후 다시 놓은 뒤 바람이 불어 홀에 들어간 건 홀인원이 아니다.
2년 전 국내 모 대기업 직원과 라운드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직원이 벙커 샷을 할 때마다 클럽이 볼 뒤 모래에 접촉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벙커 모래 접촉 규칙이 완화되면서 규칙을 오해한 것으로 보였다. 기본적으로 벙커에서 볼을 때리기 전까지는 여전히 모래를 접촉하면 안 된다. 모래 상태를 테스트하거나 볼 바로 앞뒤 모래를 건드리거나 연습 스윙을 하면서 모래를 건드리거나 백스윙을 하면서 모래를 건드리는 행동은 규칙 위반으로 일반 페널티(2벌타)를 받는다(12.2b). 그러나 순서를 기다리면서 잠시 쉬거나 균형을 잡을 목적으로 클럽을 벙커에 대고 기대어 서 있는 건 벌이 없다.
국내 골프장에는 소나무가 많다. 볼 주변에 솔잎이 있을 경우 자칫 그냥 스윙을 하다 보면 발이 미끄러지면서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스탠스 주변과 볼 주변의 솔잎을 치워도 된다. 어딘가에 붙어 있지 않은 모든 자연물(풀, 낙엽, 나뭇가지 등)인 루스 임페디먼트는 코스 어디에서든 제거할 수 있어서다. 규칙을 활용해 합법적으로 스탠스 구역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볼 주변의 나뭇잎만 제거해도 훨씬 수월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다만 루스 임페디먼트를 제거하다 볼이 움직일 경우 1벌타를 받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15.1a).
신생 골프장에 가면 나무마다 지주목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동반자의 볼이 나무 근처로 가 지주목의 방해를 받을 때는 벌타 없이 구제를 받을 수 있다(16.1). 박힌 볼 구제도 페널티가 없다(16.3). 상대가 곤란에 처했을 때마다 이런 조언이 반복되면 상대는 다른 일에 대해서도 당신과 상의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벙커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특히 볼이 벽에 바짝 붙어 있거나 깊이 박혀 있을 경우에는 탈출이 더욱 어렵다. 이럴 경우 언플레이어블 볼 구제를 받는 게 현명한데, 1벌타를 받은 후 직전 샷을 했던 곳에서 플레이를 하거나 벙커 안에서 측면 또는 후방선 구제를 받으면 된다. 그런데 벙커 안에서 구제를 받고 플레이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총 2벌타를 받고 벙커 밖에서 후방선 구제를 받으면 된다(19.3). 플레이가 불가능할 때 과감히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할 수 있어야 진정한 비즈니스맨이다.
아울러, 규칙에서 허용하는 볼 찾기 시간은 3분이다. 그 이상 집착해서 찾는 행동은 이미지에 손상을 준다. 3분이 지난 후에는 발견되더라도 분실된 볼로 처리해야 한다(18.2a). 규칙 첫 장 플레이어 행동 규칙 중 하나는 코스 보호다. 벙커 정리, 디봇 메우기, 피치 마크 수리 등에 솔선수범하면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업 파트너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