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은 MBK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가 보여온 단기 수익추구형 경영 전략의 필연적 귀결점이다. 2015년 7조 2000억 원에 인수된 홈플러스는 10년 가까이 새로운 인수자를 찾지 못했고 최근에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속 가능한 경영보다는 자산 매각을 통한 차입금 상환에 집중한 단기 자본이 해당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어느 정도 훼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특히 MBK가 부실기업이 아닌 국가기간산업의 근간을 형성하는 고려아연이라는 초우량기업을 인수하려는 상황에서 홈플러스 사례는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이 매우 명확하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수익성 있는 점포마저 무분별하게 매각하며 약 4조 1000억 원의 자산을 유동화했다. 특히 연매출 1000억 원 이상의 핵심 점포 14개를 완전 폐쇄하면서 기업의 본원적 생존력을 흔들었다. 그 결과 2016년 8조 원대였던 매출은 2023년 6조 9000억 원으로 약 13% 감소했으며 정규직 인력 역시 2만 5000명에서 1만 9500명으로 22%가 줄어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연간 연구개발(R&D) 예산을 60% 이상 삭감했으며 온라인 전환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도 회피하면서 e커머스 매출 비중은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인 9% 정도에 그쳤다. 이는 단기 투자수익을 추구하는 금융자본이 산업 생태계의 장기적 존속 가치를 파괴하는 전형적인 예를 보여준다.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서도 이런 패턴이 반복될 위험이 존재한다. 고려아연은 국내 비철금속 생산의 78%를 담당하는 국가전략기업으로 신재생에너지, 2차전지 소재, 자원 순환 분야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해오고 있다. MBK가 약 15조 원 규모의 인수 자금 중 70% 이상을 차입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은 고려아연이 ‘제2의 홈플러스’ 사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가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고려아연은 1200여 건의 특허와 15개 국가기술표준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텔루륨 등 중국이 수출통제를 강화한 핵심 광물의 생산·공급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미국조차도 MBK의 고려아연 인수가 한미 공급망 안보를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직접 고용 1878명에 협력 업체를 포함해 총 8200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울산 국내총생산(GDP)의 14.2%를 담당하고 있다. 만약 MBK가 홈플러스에서처럼 인력 구조조정과 협력 네트워크 축소에 나선다면 그 파급효과는 해당 지역뿐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칠 것이다.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 추구가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과 양립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한다. 고려아연이 처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미국의 외국인투자위험심사법(FIRRMA)처럼 사모펀드의 국가 핵심 산업 인수에 대한 안보 심사를 강화하고 인수 후 최소 10년 이상의 기술 투자와 사업 유지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의 의결권 행사 시 국가 경제 안보 요소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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