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판사들 다 처단해야 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규탄 집회)” “경찰은 트랙터 불법연행 중단하라! (윤석열 파면 촉구 시민사회단체 결의대회)”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두고 서울고등법원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하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 앞 이 대표 규탄 집회에 태극기를 들고 모여 있던 참가자들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곳곳에서 ‘빨갱이 판사를 처단해야 한다’는 욕설도 들렸다. 광화문에서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이 몰고 온 ‘탄핵 찬성’ 트랙터를 경찰이 견인하면서 규탄 집회가 열리는 등 이날 내내 서울 시내에서 극심한 혼잡이 이어졌다.
이 대표 2심 재판이 열린 이날 서울고등법원 앞에서는 큰 소동이 일었다. 이 대표 반대 측은 이른 시간부터 서초역 부근 2개 차로에서 모여 ‘이재명 구속’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외쳤다.
선고 전까지만 해도 “이재명은 끝났다” “서울구치소로 들어가라” 같은 구호를 외치며 유죄를 확신하던 반대 측의 분위기는 법원 판단이 한 줄씩 속보로 전해지며 급격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집회에 참가한 김 모(71) 씨는 “사법·입법부 다 잘못됐는데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차도로 가서 들이받고 죽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곳곳에서 ‘빨갱이 판사들을 처단하라’며 욕설을 내뱉거나 태극기·피켓 등을 던져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약 400m를 사이에 두고 서울중앙지검 앞에 모인 이 대표 지지자들은 열광했다. ‘이재명은 무죄다’ 피켓과 파란 풍선을 든 지지자들 역시 유튜브로 뉴스를 보며 선고 전까지 격앙된 반응을 드러냈다. 한 중년 여성이 ‘이재명은 무죄다’를 외치며 행렬을 지나가자 집회 참여자가 환호하는 풍경도 연출됐다.
일대는 이 대표의 무죄 소식이 전해지자 지지자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차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민중가요 ‘상록수’를 부르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들도 있었다. 태극기를 든 채 집회에 참석한 이 대표 지지자 김정화(83) 씨는 “우리도 나라를 사랑하니까 태극기를 들고 나왔다. 태극기는 보수 집회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이 대표의 죄 자체가 억지로 걸고 넘어진 거기 때문에 무죄는 당연하다”고 웃었다. 이날 경찰의 저지로 인해 찬반 진영의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이에 앞서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일대에서는 전날부터 전농의 트랙터를 두고 경찰과 시민단체의 대치가 이어졌다. 앞서 전농은 트랙터 20대와 1톤 트럭 50대를 집결해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하려 했으나 경찰의 금지 통고를 법원이 일부 인용하면서 행진이 제한됐다. 이에 전농은 트랙터를 화물트럭 위에 싣는 등 우회 방법을 썼으나 경찰에 의해 저지됐고 전농 소속 트랙터 1대가 남태령에서 광화문으로 진입하려다 경찰 기동대와 지게차로 견인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농성자들과 경찰이 출동했고 정용준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상황실장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자하문로에서는 견인된 트랙터를 둘러싸고 윤 대통령 탄핵 찬성 결의대회가 열렸다. 전농과 시민단체 측은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오히려 시민들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채완 비상행동 공동상황실장은 “경찰은 적법한 절차 없이 물리력으로 트랙터를 탈취하려 했고 이런 식으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한 경찰은 “다 막고 있었는데 어떻게 트랙터를 들고온 건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경찰 비공식 추산 500명의 인원이 모인 결의대회에서는 트랙터 견인 항의 외에도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는 탄핵 촉구 구호도 나왔다. 집회에 참여한 20대 여성 주드(가명) 씨는 “경찰이 트랙터 진입을 막고 시위대를 진압하려고 하는 것이 화가 나서 오늘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한국은 집회 신고제이고 허가제가 아닌데 금지 통고를 내린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집회로 자하문로 차로가 전면 통제됐고 오후 4시 30분 기준 경복궁역 앞 도로는 시속 4㎞까지 차량 통행 속도가 줄어들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