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하동 산불 일주일째인 27일 기다렸던 비 소식이 예보됐으나 오후 들어 5㎜ 미만의 비가 내리거나, 아예 비가 내리지 않고 구름만 많이 낀 날씨가 예상돼 진화 현장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27일 오전 9시 기준 진화율은 77%로, 좀처럼 진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한때 진화율이 90%까지 올라 주불을 잡는가 싶더니 다시 70%대로 주저앉았다. 특히 불길이 지리산으로 향하면서 비상 상황에 놓였다. 지리산 자락까지 번지자 박완수 경남지사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며 전방위 대응을 지시했다.
지리산은 지난 1967년 우리나라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경남·전북·전남 3개 도에 걸쳐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 1호라는 의미에서 볼 수 있듯이 지리산은 역사적·문화적·생태환경적 가치가 높다. 광활한 면적 안에 고산지대, 계곡, 원시림, 희귀 야생동물 서식지 등 다양한 생태계의 보고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시작점이다.
이 때문에 경남도와 산림당국은 지리산 국립공원까지는 불이 확산하지 않도록 방어선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강풍에 불티가 날아다니는 '비화 현상' 탓에 결국 지리산까지 확산됐다.
박 지사는 "최우선 목표는 불길을 최대한 빠르게 진압해 더 이상 확산을 막는 것"이라며 "지리산의 가치를 지켜낼 막중한 책임 앞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신속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진화 여건은 녹록지 못하다. 험준한 산세는 물론 기다리던 비도 분무기 수준으로 그칠 것이라는 예보가 나와 건조특보가 해제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습도는 90% 수준을 보여 확산 지연 효과는 있어 보이지만 비는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27일 지나면 28일 오후부터 습도가 20%대로 떨어져 메마른 날씨가 이어진다는 예보도 나왔다. 산불 장기화가 우려되는 이유다.
박 지사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물러설 수 없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켜 내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도는 산림청, 소방청, 군부대 등과 진화헬기, 전문인력, 방화선 장비 등을 총동원해 지리산 국립공원으로 불이 확산하지 않도록 입체적 방어 전략을 가동 중이다. 열 감지 시스템 운용은 물론 실시간 상황 점검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산청·하동 산불영향구역은 1720㏊로 67㎞의 화선 중 남은 16㎞ 구간에 대한 불길을 잡기 위해 진화헬기 29대, 진화인력 1844명, 진화차량 224대가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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