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북동부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화마에 삼켜진 영양군 한 사찰에서 주지 스님이 입적했다. 향년 85세.
27일 대한불교법화종 등에 따르면 경북 영양군 석보면 법성사의 주지 선정 스님이 소사 상태로 발견됐다.
이달 25일 오후 5시40분께 불길은 강풍을 타고 석보면까지 번졌다. 영양군은 이날 오후 6시47분께 석보면 주민에게 군민회관으로 대피하라고 알렸다.
그러나 선정 스님은 이튿날 법성사 대웅전 옆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절은 대웅전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극락전을 포함한 두 채를 제외하고 모든 건물이 소실됐다.
스님은 2002년 법성사 주지가 되기 전부터 이곳에서 수행 공부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한모 씨는 “끝까지 남아 사찰을 지키다 돌아가신 것 같다”며 “연세가 있어서 거동이 불편하셨다”고 했다. 한씨는 “스님은 혼자 사는 이들을 재워주거나 음식을 나눠주는 등 늘 남에게 베풀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남한테 손해를 끼치는 분이 아니었다”며 “절에 행사가 끝나면 주민들을 모아서 이야기도 하고 식사도 했던 기억이 난다”고 돌아봤다.
유년 시절부터 스님을 보고 자란 김진득 화매1리 이장은 선정 스님을 “오래전부터 혼자 사찰을 지키신 부처, 그 자체였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김 이장은 이어 “늘 웃고 남달리 정이 많았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고민 상담도 했었는데 이제 그럴 수가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김 이장은 25일 오후 당시 산불이 빠른 속도로 번져 스님을 대피시킬 상황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는 “순식간에 불씨가 산을 타고 넘어왔다”며 “5분 만에 동네 전체가 불바다가 됐다. 사찰이 산속에 있어서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고, 소방관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인명피해는 사망 27명, 중상 8명, 경상 22명 등 총 57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피해자가 나온 지역은 경북으로 총 22명 사망, 중상 3명·경상 16명 등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남에서는 4명이 숨졌고 5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울산에서는 2명의 경상자가 나왔다. 이와 별도로 의성군 산불 현장에서는 진화 작업에 나섰던 헬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기장 A(73)씨가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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