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예상을 뒤집고 무죄를 받자 여야 간 상호 비방은 더 격화하고 있다. 법원 판결 승복을 주장하던 국민의힘은 하루 만에 “사법부가 이 대표를 살려줬다”고 입장을 바꿨고, 야당은 기세를 몰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향해 이번주 내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압박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국회 비상대책회의에서 이 대표 2심 판결을 두고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사법부가 정치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의심’이 아닌 ‘확신’을 갖게 한 판결이었다”며 “법원은 결정적인 고비마다 이해할 수 없는 논리를 내세워 이재명을 살려줬다.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할 사법부가 오로지 한 사람 앞에서만 너그러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2심 판결만큼은 반드시 대법원에서 바로잡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유죄 판결에 무게가 실리던 전날까지 민주당에 판결에 승복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무죄가 선고되자 “이재명이 직접 쓴 판결과 다름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민주당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우리법연구회 카르텔이 존재한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의혹을 제시했다.
이 대표의 무죄 판결로 한 시름 던 민주당은 여당을 향해 사법부 판단에 불복한다며 역공에 나섰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권 원내대표를 가리켜 “이렇게 쉽게 거짓말하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헌재 선고에 승복하겠다는 말도 새빨간 거짓말이냐”고 날을 세웠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강도 높은 공세도 이어갔다. 박 원내대표는 “한 총리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마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며 “10분이면 충분히 임명할 수 있다. 적어도 이번 주 내에 위헌 상태를 해소하고 국가재난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으로선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 가장 걸림돌이었던 사법리스크가 일부 해소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만 이뤄지면 된다고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헌재 선고가 늦어지며 기각 가능성에 대한 당내 불안감이 감도는 만큼 자당 추천 몫인 마 후보자 임명으로 확실한 윤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천막 농성과 헌재 앞 기자회견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의원 전원 철야 농성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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