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5년 전, 신형 휴대전화를 살지 말지 고민하던 청년이 지금은 중국 최고 부자가 됐다.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를 창업한 장이밍(41)의 이야기다. 작은 아파트에서 창업을 시작한 그는 인공지능(AI)과 숏폼 콘텐츠를 앞세운 바이트댄스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고, 마침내 중국 부호 1위 자리에 올랐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장이밍의 순자산이 575억 달러(약 84조6000억 원)로 평가됐다며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으로 중국 부자 1위, 세계 부자 24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는 텐센트 공동 창업자 마화텅(546억 달러), 생수업체 눙푸산취안 창업자 중산산(570억 달러)을 제친 수치다.
블룸버그는 바이트댄스의 기업가치가 3650억 달러(약 535조 원)로 재평가받으면서 장이밍의 자산이 100억 달러(약 15조 원)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장이밍은 바이트댄스 지분 21%를 보유하고 있다.
장이밍이 중국 최고 부호로 꼽혔다는 소식에 중국 네티즌들은 그가 15년 전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에 올렸던 게시물을 공유하며 다양한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신형 아이폰 교체를 두고 가격이 비싸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15년 전에 내가 장이밍보다 부자였나?”, “장이밍은 아이폰이 비싸다고 했지, 돈이 없다고 한 건 아니다”라는 등의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 매체들은 “이 게시물이 작성됐을 당시 이미 그는 주주팡의 CEO여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창업가로서 소비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게시물을 올리고 2년 뒤, 장이밍은 베이징의 좁은 아파트에서 바이트댄스를 창업했다. 초기엔 AI 기반 뉴스 큐레이션 앱 ‘투탸오’를 내놨고, 2016년엔 짧은 영상 중심의 플랫폼 틱톡을 출시했다. 이후 2018년, 미국의 숏폼 앱 ‘뮤지컬리’를 8억 달러에 인수해 틱톡과 통합하면서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했다. 틱톡은 현재 10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하며, 바이트댄스는 숏폼 영상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이 됐다.
블룸버그는 장이밍의 성공이 단순한 ‘창업 신화’가 아니라 새로운 부호상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전통적 부자들이 제조업, 부동산으로 부를 쌓았다면, 장이밍은 AI와 글로벌 플랫폼 전략으로 억만장자가 됐다는 것이다. 칭화대 글로벌 가족기업 연구센터 하오 가오 이사는 “장이밍은 전통적인 중국 부호들과 다르게, 디지털 기반의 혁신을 주도한 창업가”라고 평가했다.
장이밍은 바이트댄스가 성공을 거둔 뒤에도 전통적인 중국 부호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2021년 바이트댄스 CEO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고, 이후 회장직도 내려놓았다. 마윈(알리바바), 콜린 황(핀둬둬) 등 중국 테크 억만장자들이 규제 강화 시점에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것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그가 여전히 바이트댄스의 전략과 방향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특히 미중 갈등이 격화되며 그는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미중 정치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바이트댄스가 틱톡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사업 운영을 금지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현재 바이트댄스는 오라클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 오라클이 소규모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매각 성사를 위해 대중 관세 일부 완화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그는 “다음 주까지 틱톡 거래의 윤곽이 나올 수 있다”며 “합의가 안 되면 매각 기한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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