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영덕까지 옮겨가면서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한 주민이 얼굴을 물에 적시면서 1시간을 기어 대피한 사연이 알려졌다.
27일 KBS는 영덕 산불 이재민의 딸 A씨가 산불이 번지던 중 통신 마비로 연락이 닿지 않았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전했다. A 씨는 "영덕군 화천리에 대피하라는 안내가 없었다"며 "집에 홀로 있던 어머니는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이었는데 천천히 귀중품을 챙기던 중 산불이 몰려왔다"라고 전했다. 이어 “연기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차를 타고 갈 상황도 아니었다더라. 어머니는 손에 휴대폰만 쥐고 도랑으로 뛰어내려 대피했다”며 “연기가 매우면 얼굴을 강물에 적시면서 1시간을 기어갔다고 한다”고 전했다. A 씨가 제보한 CCTV 영상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8시 50분쯤 서서히 빨간 불빛이 보이며 불똥이 날아다니더니 약 10분 만에 온 집이 불길로 뒤덮이는 장면이 담겼다.
당시 영덕 일대는 통신이 마비됐고 A씨 가족은 한동안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아 발만 동동 굴렀다. A씨는 "연락이 안 되는 3시간 동안 엄청 걱정했다"며 울먹였다. 이어 "밤 9시쯤 대피하라는 안전 문자가 도착했는데 그때는 이미 집이 화마로 다 뒤덮였던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28일 오후 2시30분께 영덕 지역의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불은 지난 25일 오후5시52분께 의성에서 난 불이 번져 오면서 시작됐다. 산림당국은 28일 영덕에 산불 진화를 위해 금일 진화헬기 26대, 진화차량 70대, 진화인력 1007명을 투입했다. 이번 불로 영덕에서는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또 주민 838명이 대피했다. 주택 945채가 완전히 탔고, 강구항에 정박해 있던 배 12척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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