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에 불과한 여아에게 성인 여성과 같은 옷을 입히는 등 ‘아동 성 상품화’ 논란을 빚은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 편성이 결국 취소됐다.
‘언더피프틴’ 제작진은 28일 입장문을 내고 “깊은 고심과 회의 끝에 예정돼 있던 방송 일정을 취소한다”면서 “출연자 보호와 재정비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MBN에서는 편성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프로그램 본질과 참가자들의 진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작하겠다”고 했다. 당초 ‘언더피프틴’은 31일 MBN에서 방영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종합편성채널 MBN 측도 입장문을 내고 “‘언더피프틴'에 대한 제작사 크레아 스튜디오의 방송 취소 입장을 확인했다”며 편성 취소를 확인했다. MBN은 이어 “이번 방송 취소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크레아 스튜디오와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더피프틴’은 만 15세 이하 여아 K팝 가수 지망생 59명이 경연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내일은 미스터 트롯’과 ‘미스 트롯’ 등을 제작한 서혜진 크레아 스튜디오 대표가 기획했다. 참가 자격은 만 8~15세 여아이며 최근 공개된 참가자들 중 최연소는 2016년생이었다.
제작진이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를 통해 티저 영상과 참가자들의 프로필 사진을 공개한 직후 국내외 대중에게서 비판이 쏟아졌다. 참가자들을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고 대중의 냉혹한 비판에 노출시키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어린 연령의 아동들이 출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초등학생을 비롯한 미성년 참가자들이 성인 여성을 흉내내는 듯한 티저 영상과 프로필 사진은 ‘아동 성 상품화’라는 뭇매를 맞았다. 어깨와 허리 등을 드러낸 옷을 입은 참가자들은 성인을 흉내내는 듯한 표정과 자세를 취했는데, 초등학생 참가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참가자들의 프로필 사진 옆에는 바코드 이미지가 있어 논란이 가중됐다. 이에 크레아 스튜디오는 이달 25일 긴급보고회를 열고 “바코드는 참가자들을 상품화한 게 아닌, 학생증의 이미지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파장이 커지자 MBN도 “사회 각계각층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방영 여부 등을 재검토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제작진은 “참가자의 참여 의사와 보호자의 동의하에 프로그램을 촬영했다. 직접 확인해보고 평가해 달라”며 방영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제작진은 또 25일 긴급 제작발표회를 열고 “제기되는 의혹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제작진들의 적극적인 대응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튿날인 26일 한국여성단체연합·민주언론시민연합·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129개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기 쉬운 경쟁 구도에 놓는 프로그램이 공공연하게 제작·방영될 때 우리 사회가 아동을 대하는 태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숙고해야 한다”며 방영 취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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