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빚어온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부산지법 형사4-3부는 최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는 부산 지역의 한 건설 업체 대표 박 모 씨가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원청 사업주에게) 가혹할 정도의 형사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신청 법률 조항은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 책임주의·평등 원칙,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대재해 사건 관련자가 헌법소원을 낸 적은 있었지만 법원이 위헌성을 지적하며 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처음이다.
중대재해법은 산업 현장에서 사망 등 중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등으로 처벌하도록 한 법으로 2022년 1월 시행됐다. 당초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했지만 지난해 1월 27일부터 5~49인 사업장까지 시행 범위가 확대됐다. 이 법은 입법 논의 때부터 반(反)기업 정서에 편승한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고의가 아닌 사고 발생 자체만으로도 원청의 경영자에게도 무거운 책임을 묻는 데다 관련 규정도 모호했기 때문이다. 원청 업체가 전문 기술·경험이 부족해 이를 갖춘 하청 업체에 업무를 맡기는데도 발생한 모든 중대재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재판부는 “경영자가 전 사업장의 모든 공정을 세세하게 알기 어렵고 설령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더라도 모든 공정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부와 국회는 중대재해법의 제정 취지는 살리더라도 현실에 맞도록 조속히 법을 수정·보완해야 할 것이다. 우선 경영자의 구체적 안전 의무 등에 대한 모호한 규정을 명확하게 하고 법을 처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고쳐야 한다. 또 제재 방식을 가급적 형사 처벌에서 경제적 처벌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경영자 등에게 엄혹한 형사 책임을 계속 추궁한다면 유능한 경영자를 현장에서 축출하거나 사업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어 오히려 근로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재판부의 판단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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