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MBK)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단순하게 언론의 뭇매를 맞는 정도가 아니다. 일부에서는 형사 고발 이야기를 하고 금융 감독 당국은 공개적으로 불신을 표명했다. 신뢰로 운영되는 사모펀드(PEF)가 사회적 신뢰를 잃어가는 과정이 안타깝다. 펀드에 대한 불신은 자본시장의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더욱이 펀드에 대한 불신으로 모태펀드를 통한 산업 정책과 국민연금의 펀드 투자 정책 등 그동안 자본시장 발전과 경제성장을 위해 추진했던 정책들을 재검토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MBK는 2005년 설립된 동양 최대의 사모펀드 운용사다. 2010년 일본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 대한 투자에서 큰 수익을 냈다. 투자 시기도 좋았다. 2015년 MBK는 홈플러스 인수에 참여했다. 당시 아시아 사모펀드 거래의 최고 금액인 7조 2000억 원으로 홈플러스를 매입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 국민연금도 이 SPC의 보통주 매입에 295억 원을 투자하고 상환전환우선주(RCPS) 매입에 5826억 원을 투자했다. 겉보기에는 국민연금이 수익성이 좋고 위험성은 낮은 투자를 한 것 같지만 이러한 상환전환우선주 등의 투자 구조는 홈플러스 투자의 성공 확률을 떨어뜨렸다. 홈플러스의 경영이 급격히 호전돼 풍부한 유동성이 유지되면 투자가 성공하겠지만 홈플러스는 투자 유치 구조상 막대한 유동성을 조달해야 했다.
홈플러스는 유동성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점포를 매각하고 이를 다시 임차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에 따라 자기 점포에서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사업구조에서 상황에 따라서는 현금 흐름이 나빠져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는 구조로 경영 환경이 악화했다. 세계적인 유통 기업이 인수해 새로운 경영 기회를 찾아도 경영 개선이 어려운 유통 산업에서 유통 문외한들이 경영 환경을 악화시켜 돈을 벌겠다고 나선 셈이다. 머니게임 관점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 운영사가 악화한 경영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업구조상 현금 흐름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매장의 리모델링이나 e커머스 등의 투자는 더욱 어려워졌다. 홈플러스는 고리의 단기 기업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 오다가 신용등급이 하락하자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피해자는 홈플러스의 기업어음을 매입한 투자자와 동 사업에 투자한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셈이다.
MBK는 현재 한국기업투자홀딩스를 설립해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전략은 간단하다. 기존 경영진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우호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경영권 장악을 위해 이사진 확보에 나섰다. MBK는 고려아연이 ㈜한화 주식을 헐값으로 처분해 회사에 2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한다.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은 ㈜한화 주식을 매입하고 한화와의 거래와 배당을 통해 충분한 이익을 취했으며 주식 매입과 매각은 시장가격에 의해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한다. 제기된 의혹의 진실 여부와 관련 없이 이러한 의혹 제기가 주주총회에서 MBK 진영을 지지하는 투자자를 확보하고 경영권을 획득할 가능성을 키운다. MBK는 홈플러스 사태와 적대적 M&A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MBK가 고려아연을 M&A하는 과정에서의 논란은 적대적 M&A라는 것이지만 기술 탈취와 외국인에 의한 국내 주요 산업 장악이라는 점도 있다. 기술 탈취의 문제는 사모펀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술 탈취, 이전 강요, 도용 등 다양한 형태로 인수된 기업의 기술을 지배주주가 보유한 다른 기업으로 빼돌릴 수 있다. MBK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모펀드가 만능일 수 없다. 사모펀드가 모두 나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당연히 투자 수익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다. 차입매수(LBO)로 인해 기업의 경영이 악화하고 기술이 탈취돼 궁극적으로 회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지금과 같이 사모펀드가 만능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국가 경제발전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필수적인 분야에서는 전략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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