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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인가는 교육부, 평가는 변협…'미충족' 받아도 그대로 유지

[길 잃은 로스쿨]

변협, 시정조치 요구 권한 없어

미충족 절반 재평가 신청 안해

평가위 구성 비전문성 논란도





법학전문대학원 평가 체계가 교육부와 대한변호사협회로 이원화되면서 일부 항목이 중복되고 평가 결과가 실제 행정 조치로 이어지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변협의 평가 결과가 교육부의 정원 조정이나 인가 등 제도 운영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교육부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서 평가가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두 기관의 역할과 평가 기준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협 산하 로스쿨 평가위원회의 제3주기 평가(2017~2022년)에서 조건부 인증 또는 한시적 불인증 판정을 받은 16개 로스쿨 가운데 절반인 8곳이 재평가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인하대가 변협의 평가에 반발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변협 평가위원회는 공식 인증기관이 아니며 해당 평가는 행정처분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판단하자 로스쿨들 사이에서는 “굳이 다시 평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한 로스쿨 원장은 “평가 결과가 교육부 인가나 정원 조정과 직접 연계되지 않기 때문에 재평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변협의 평가는 형식적인 절차는 갖추고 있으나 실질적인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평가는 5년 주기로 이뤄지며 학생, 교원, 교육 환경, 교육과정, 교육 성과 등 다섯 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충족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평가 결과가 정원 감축이나 인가 취소와 같은 행정 조치로 이어지는 사례는 없다. 변협은 교육부에 시정 조치를 요구할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변협은 최근 ‘인증’과 ‘불인증’이라는 표현이 자칫 변협이 공인 인증기관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충족’과 ‘미충족’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는 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 결과가 행정 조치로 이어지는 의대와는 다른 구조다. 교육계에서는 변협의 평가가 로스쿨의 평판에 일정한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행정적 조치와 연계되지 않는 이상 교육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변협이 행정 권한 없이 평가만 수행하는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평가 기준이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홍대식 서강대 로스쿨 원장은 “디지털 시대에도 도서관 장서 수나 전임 교원 수 같은 형식적 기준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유연한 교육 운영을 어렵게 만든다”며 “일부 항목이 미비하다는 이유만으로 전체를 미흡 판정하는 경직된 평가 방식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평가위원회 구성과 운영 절차도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재 평가위원회는 로스쿨 교수, 언론인, 법무부·교육부·법원 관계자 등 11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대한변협 회장이 직접 지명한다. 평가 절차 전반도 변협이 주도한다. 외부 비법조인 위원 3명을 모두 유력 언론사 기자로 구성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언론 대응을 고려한 인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변호사단체와 국공립·사립대학 단체가 공동으로 로스쿨 평가를 수행하고 미국은 변호사협회 산하의 독립기구가 이를 맡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런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국내도 교육부·변협·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평가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부도 매년 로스쿨 이행 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교육과정이나 학사 운영의 내실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교육부의 이행 점검은 주로 인가 취소 등 중대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각 대학의 특성화 목표나 선택과목 운영, 과목 다양성 등은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실제로 시정 조치로 이어진 사례는 2021년 부산대 1건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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