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합의에 소극적인 러시아를 겨냥해 러시아 원유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관세 공세가 중남미 베네수엘라에 이어 세계 3대 원유 공급국인 러시아까지 산유국을 잇따라 겨냥하면서 원유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 N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휴전을 지연시키고 있는 데 대해) 화가 났다”며 “러시아가 한 달 내로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국가들에도 25%에서 최대 50%까지 ‘2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에너지 및 인프라 시설과 흑해 지역에서의 공격을 중단하기로 하는 부분 휴전에 합의했지만 전면 휴전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화석연료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20%나 되는 러시아는 2차 관세 시행 시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원유 2차 관세의 직접적인 타격은 중국과 인도가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중국(607억 달러, 2023년 기준)과 인도(486억 달러)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에 가해진 금수 조치 등으로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미미한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범죄자를 미국으로 위장 송환한다며 중남미 주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산 원유에도 4월 2일부터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도 중국과 인도다.
전문가들은 산유국을 잇따라 겨누는 미국의 관세 위협이 공급 축소에 대한 우려를 키워 유가를 밀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특히 관세발(發) 인플레이션을 막을 예방책으로 유가를 낮은 수준에 묶어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외신들은 집권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의 증산을 압박했던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예멘에서 후티 반군을 직접 공격하는 등 중동 정세 불안을 부추겨 유가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헌법이 금지한 대통령 3선 도전을 시사했다. 그는 “(3선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농담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수정헌법 22조는 ‘누구도 대통령직에 두 번 이상(more than twice) 선출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J D 밴스 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 승리한 뒤 대통령 역할을 트럼프에게 넘겨주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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