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보수 공사로 자리를 비웠던 조선 임금과 왕비의 신주(神主·망자의 위패)가 다음 달 종묘 정전으로 돌아온다.
국가유산청은 4월 20일 창덕궁 옛 선원전에 임시 봉안돼 있는 신주 49위를 종묘 정전으로 다시 옮기는 환안제(還安祭)를 연다고 31일 밝혔다. 신주는 2021년 6월 이후 거의 4년 만에 종묘로 돌아온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번 환안제는 앞서 종묘가 대대적으로 수리됐던 1870년 환안 이후 155년 만에 행해지는 의례”라며 “환안제는 헌종(재위 1834~1849년)대 제작된 ‘종묘영녕전증수도감’ 의궤 기록을 바탕으로 재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환안제는 시민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행사 당일인 4월 20일 오전 11시 30분 창덕궁 옛 선원전에서 제사를 올린 뒤 오후 2시 출발해 오후 4시까지 광화문, 세종대로사거리, 종각역을 거쳐 종묘까지 신주를 옮긴다. 신주는 내·외국인 200명으로 구성된 시민 행렬단과 함께 이동할 예정이다. 종묘에 도착한 뒤 오후 6시 30분부터 정전에서 신주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고하는 고유제가 열리고 이어 준공기념식이 진행된다.
종묘는 조선 임금의 사당이자 조선이란 국가의 사당이다. 조선을 건국하고 한양(현 서울)을 수도로 정한 뒤 1395년 ‘좌묘우사(左廟右社·궁궐 기준 왼쪽에 종묘, 오른쪽에 사직을 세움)’에 따라 현 위치에 창건됐다. 1985년 국보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각각 지정됐다.
신주가 직접 놓이는 정전은 종묘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이다. 총 19칸의 방에 조선 왕과 대한제국 황제 19위, 왕비와 황후 30위의 신주를 보관한다. 국내 단일 건물로는 가장 긴 건물로 잘 알려져 있다.
앞서 2014년 안전 점검 과정에서 문제가 확인돼 정밀 실측과 설계가 이뤄졌고 2020년부터 보수 공사가 진행됐다. 국가유산청은 정전을 본격적으로 해체하기 전인 2021년 6월 정전 내 모셔져 있던 신주를 창덕궁 옛 선원전으로 이안해 임시 봉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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