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1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정부의 ‘필수 추가경정예산 10조 원’ 방침을 두고 기싸움을 벌였다. 권 원내대표는 “여야 간 쟁점이 없고 반드시 시급히 처리해야 될 예산만 담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쭉정이에 불과하다”며 추경의 확대 편성을 요구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산불 등에 대응하기 위해 10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추진하겠다”면서 재난·재해 대응과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 3대 분야에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추경의 신속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 등에서 확산된 사상 최악의 대형 산불로 수조 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CE)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로 하향 조정할 정도로 경기 침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여야의 신경전으로 추경 집행이 지체되면 자칫 재난 구제와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하지만 추경 편성 과정에서 돈 뿌리는 포퓰리즘은 자제하고 산불 피해 지원과 신성장 동력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 지난해 30조 8000억 원에 이르는 세수 결손으로 재정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나랏돈을 꼭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무분별한 현금 살포는 재정을 통한 정부의 경기 대응 능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35조 원 규모의 자체 추경안에 국민 1인당 2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소비쿠폰으로 지급(13조 1000억 원)하고 지역화폐 할인을 지원(2조 원)하는 방안을 담는 등 표심을 노린 선심성 돈 풀기에 집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으로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 심리 위축 영향으로 2월 숙박·음식점업 생산이 전월보다 3.0% 줄며 3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한국 경제가 수출·소비·성장 3중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지금은 여야 정치권이 선심성 현금 살포 경쟁을 할 때가 아니다. 여야가 정부의 주문대로 4월 중에 추경안을 심의·통과시키되 재정 건전성을 살피면서 예산을 산불 피해 및 민생 지원, AI 등 신성장 동력 점화, 통상 대응 등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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