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후임이 임명되지 않은 헌법재판관의 임기 연장과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재판관 임명권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열어 두 건의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정부와 헌재를 압박하기 위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겨냥한 탄핵소추 추진과 함께 헌법재판관 임기 연장 카드까지 꺼내든 것이다. 임기 연장은 헌법재판관 임기를 6년으로 명시한 헌법 112조에 위배돼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보수·진보 진영의 극한 대립을 막기 위해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외려 도를 넘은 언행으로 국론 분열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원들은 각각 헌재 앞 탄핵 기각·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와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도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의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 대행은)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이 정권을 찬탈하게 도운 최규하의 길을 걷고 있다” “헌법재판관들이 윤 대통령을 파면하지 않을 경우 ‘신(新)을사오적’으로 역사에 오명을 남길 것”이라고 겁박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 초선 의원 전원과 이재명 대표 등 72명을 내란죄로 고발하겠다”며 민주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여야의 막가파식 선동은 극단적 행태로 치닫는 광장의 집회·시위에 기름을 부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헌재도 정국 불안의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헌재는 2월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종결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않고 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변론 종결 후 모두 2주 내에 선고가 이뤄졌다. 계엄·탄핵 정국 장기화로 국정 마비와 사회 갈등이 고조되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헌재는 국민의 억측이 없도록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일정을 속히 제시하고 현 체제 내에서 법리와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또 윤 대통령과 여야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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