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문화의 진화, 그리고 현장에서 바라본 현실
눈부신 경제 성장과 함께 한국 사회의 결혼관도 급격히 변화해왔다. 산업화 시대의 결혼은 생존과 안정을 위한 선택이었고, 호황기의 결혼은 사회적 성취와 지위 상승의 도구로 여겨지기도 했다. 2020년대에 접어든 지금, 결혼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가운데, 결혼과 출산은 이제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결혼정보회사 클렌베리의 강희정 대표는 현대 결혼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20년 넘는 업계 경력을 바탕으로 그녀는 결혼이 '최적의 조건'을 찾는 과정이 아닌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과정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결혼 지도를 다시 그리는 MZ세대
요즘 젊은 세대는 결혼에 접근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강 대표의 말이다. "과거에는 상대방의 조건을 체크리스트처럼 점검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세계관'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변화했어요.
흥미로운 것은 MZ세대가 오히려 부모 세대보다 결혼 상대의 '배경'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배경은 전통적 의미의 '집안'이 아니다.
MZ세대가 말하는 '배경'은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가치관, 문화적 코드, 삶의 방향성을 의미합니다. 비슷한 음악을 들으며 자랐는지, 비슷한 책을 읽으며 세계관을 형성했는지, 삶의 우선순위가 일치하는지 등 오직 결과로 드러나는 조건 뿐 아니라 내 세계를 채우고 있는 ‘그 무엇들’, 내가 내 세상을 정의하고 바라보게 하는 ‘그 무엇들’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죠.
이는 사회학에서 말하는 '문화적 자본의 재생산' 개념과 맞닿아 있다. 부르디외가 말한 문화적 자본이 이제 결혼 시장에서 핵심 교환 가치로 떠오른 것이다.
-'환경 동질혼'의 재해석
클렌베리가 주목하는 '환경 동질혼'은 기존의 사회경제적 계층 매칭 개념을 넘어 새로운 의미로 진화한다. "흔히 '환경 동질혼'을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의 결합으로만 이해하는데, 실제로는 훨씬 더 복합적입니다," 강 대표의 설명이다. "단순히 소득이나 재산의 균형이 아니라, 문화적 취향, 교육 배경, 가치관 체계가 서로 공명할 수 있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의 특성을 반영한다. 생존과 안정이 보장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 중 상위 단계인 자아실현을 추구하게 되고, 이는 결혼에서도 드러난다.
과거에는 결혼이 삶의 안정을 위한 도구였다면, 지금은 개인의 성장과 자아실현을 함께 이룰 수 있는 관계를 찾는 과정으로 변화했습니다. 결혼을 통해 서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파트너를 원하는 거죠.
강 대표는 이것이 결혼의 질적 변화를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환경 동질혼의 현대적 의미는 단순히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입니다. 이는 결혼이 정적인 상태가 아닌 동적인 여정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코로나19와 위기 동반자로서의 결혼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글로벌 위기는 결혼관에도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클렌베리의 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고객들의 우선순위와 매칭 패턴에 뚜렷한 변화가 관찰된다.
팬데믹 이전에는 '취미가 같은' 또는 '라이프스타일이 유사한' 파트너를 찾는 분들이 많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위기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강 대표는 실제 데이터 변화를 언급하며 말한다. "특히 의료, 금융, 공공 부문 종사자와의 매칭 요청이 20% 이상 증가했고, 고소득이며 안정적 직업을 가진 파트너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 강해졌습니다.
이는 불확실성이 증가한 시대에 결혼의 '안정망' 기능이 재조명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점은, 단순한 경제적 안정이 아닌 '정서적 안정'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에 대한 가치가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사람들에게 '함께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각인시켰습니다. 일상이 완전히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일상을 지켜줄 수 있는 관계에 대한 갈망이 커진 거죠.
강 대표는 이러한 변화가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가져왔다고 분석한다. 한편으로는 결혼의 본질적 가치인 '평생의 동반자' 의미가 강화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에 기반한 결혼 결정이 늘어나는 우려도 있습니다. 클렌베리는 회원들에게 불안이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최적화'에서 '적정화'로
데이팅 앱의 등장으로 선택지는 넘쳐나지만, 정작 결혼율은 낮아지는 역설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강 대표는 이를 '과잉 최적화의 함정'이라고 부른다.
무한한 선택지는 오히려 결정을 어렵게 만듭니다. 항상 더 나은 옵션이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죠. 우리는 회원들에게 '최적화'가 아닌 '적정화'를 권합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함께 성장하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나갈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거죠.
이는 현대 소비사회의 '끝없는 최적화' 패러다임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무한한 선택지 속에서 결정 장애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클렌베리는 ‘결혼하기에 충분히 좋은(good enough)' 선택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결혼의 미래는 유연한 파트너쉽 형태로
강 대표는 미래의 결혼이 더욱 유연한 형태의 파트너쉽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측한다.
법적, 제도적 결혼의 형태는 유지되겠지만, 그 내용은 더욱 다양해질 것입니다. 각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에 맞게 역할과 책임을 재구성하는 '맞춤형 결혼'이 늘어날 거예요.
이는 결혼이 '하나의 정답'이 있는 제도가 아니라, 각자의 필요와 상황에 맞게 재구성할 수 있는 유연한 계약으로 변화함을 의미한다.
우리가 회원분들께 강조하는 것은 '상대에게 맞추는 결혼'이 아닌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결혼'입니다. 결혼이 개인의 성장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결혼정보회사의 새로운 역할
변화하는 결혼 문화 속에서 결혼정보회사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강 대표는 클렌베리가 단순한 매칭 서비스를 넘어 '결혼 문화의 큐레이터'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결혼정보회사가 단순히 조건에 맞는 상대를 소개해주는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결혼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지속가능한 건강한 관계, 가정'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회원들에게 '이 사람이 좋아 보이니 만나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을 넘어,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 '어떤 삶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지'를 첫 대면 시점부터 깊이 있게 질문합니다. 그것이 깊이있는 매칭과 성혼으로 이어지는 시작점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결혼은 도착점이 아닌 출발점
강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인생의 '도착점'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결혼은 모든 것이 완벽해진 후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완벽한 준비를 기다리다 보면 결혼의 시기를 놓치게 되죠."
급변하는 사회와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결혼은 이제 '안정'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기 위한 선택이 되고 있다. 클렌베리 결혼정보회사는 이런 변화 속에서 현대인들에게 결혼의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제시하며, '현명한 만남의 결실'을 돕는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회원들에게 '운명적인 만남'이 아닌 '운명적인 선택'을 강조합니다. 결혼은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며, 그 선택은 충분히 현명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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